• 보수논객 소설가 복거일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첫해는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했다.

    복씨는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과는 이 대통령이 항로를 잘못 고른 데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복씨는 "그가 시민에게 받은 위임사항은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질서'의 회복이었다"며 "두 번의 좌파 정권 아래서 우리는 헌법이 마련한 항로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복씨는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별다른 애착을 보이지 않고 대신 '실용'을 내세웠다"며 "실용은 아주 모호하고 주관적인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복씨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항로를 자주 바꿨다"고 비판한 뒤 그 예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과 '용산 철거민 참사'를 거론했다. 복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이나 용산 철거민 참사처럼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그는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위해 법이나 절차적 안정성과 같은 원칙을 버렸다"고 쓴소리했다.

    복씨는 "문제의 본질은 실용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집착"이라고 단언했다. 복씨는 "그에겐 자신의 권력이 유일한 가치고, 자신이 권력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 실용적이며 방해가 되는 것들은 비실용적"이라며 "이 대통령의 권력 집착은 유별나다"고 주장했다. 복씨는 "그런 집착은 국무총리의 권한을 줄인 데서 처음 드러났다"며 "총리는 원래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을 제청'하는데 이 대통령은 총리에게 그런 권한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복씨는 "이것은 아주 위험한 결정이었음이 곧 드러났다"며 "헌법이 총리에게 부여한 권한을 한 총리가 실제로 지녔었다면, 국무위원 제청 과정을 통해서 인선의 문제가 조금은 걸러졌을 터이고 현 정권의 운명도 상당히 달라졌을 터"라고 주장했다.

    복씨는 "이 점에서 버락 오바마는 감탄스럽다"며 "정적 힐러리 클린턴에게 파격적으로 권력을 위양함으로써 강력한 국무장관을 만들어냈고, 그를 통해서 온 세계에 자신의 권력을 투사한다. 권력은 그렇게 창출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복씨는 여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 정권이 서둘러 마련한 법안은 벌써 여러 달째 국회에 묶였다"며 "다수 여당은 소수 야당에 붙잡혀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통령의 노여움을 살까 걱정하는 여당 의원도 없다. 이보다 더 초라한 권력이 어디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앞서 20일 보수논객 중 한 사람인 소설가 이문열씨도 이명박 정권에 "지난 정권 10년동안 단맛을 즐긴 사람들과 정권이 길러낸 일부 시민단체가 만든 불복의 카르텔을 깨지 못하고 대의민주제를 수호하지 못할 정권이라면 차리리 자폭하라"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