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민·형사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2004년 투신 자살한 남상국 전 사장의 부인 김선옥씨(57)의 말이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친형 건평씨(구속)가 남 전 사장으로 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을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젠 없었으면 좋겠다"고 비아냥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처리 하루 전날이라 그의 기자회견은 더 집중조명을 받을 때였다. 남 전 사장은 회견 몇 시간 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남기고 한강에 투신 자살했다. 5년여가 지나간 일을 남 전 사장 부인 김씨가 다시 꺼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주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집권 내내 건평씨를 두둔했던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그 예로 남 전 사장 관련, 노 전 대통령의 TV 기자회견 내용이 뉴스를 통해 재전파 됐기 때문.

    그간 말문을 닫았던 김씨는 조선일보와 첫 인터뷰를 했다. 16일 보도된 이 신문의 김씨 인터뷰에 따르면 김씨는 "묻고 살려고 했는데 정말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 노건평씨 사건 때문에 TV 화면에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기자회견했던 뉴스가 다시 나오더라. 그럴 때 내 가족들은 '남상국 사장 연임 3000만원', 그것만 나오면 자지러지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요구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사과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노건평씨나 이번 비슷한 사건이 나왔을 때 남 사장이 연임청탁을 해 3000만원을 줬고, 노건평씨에게 찾아가서 머리 조아리고 하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게 진실이라고 밝혀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김씨는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형사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남편의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는 "남편은 당시 노건평씨가 있는 김해에 가서 사장 연임을 부탁하면서 머리 조아리고 한 적도 없다"면서 "그런데 노 대통령은 '좋은 학교 나오고 성공한 분'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공개적으로 남편을 망신줬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다시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김씨는 "어느날(2004년 3월 11일) 대통령 회견이 있다고 해 남편과 서서 봤다. (듣고 나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어떻게 저렇게 회사 살리려고 노력했던 사람이 저런 대대적인 망신을 당하느냐'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그길로 나갔고 점심 때라 식사하고 나가시라 하니까 우리끼리 먹으라고 하고 그냥 나갔다"고 설명했다. 얼마 뒤 김씨는 남편의 투신 자살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그때 나는 소리만 질렀다"고 했다. 당일 저녁 "임원들이 집에 와 '(회견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 (남편은) 김해 간 일도 없고, 돈을 전해준 일도 없고, 절대 아니다'고 계속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그러니 너무 억울하다. 억울해"라고 개탄했다.

    남 전 사장의 연임 청탁에 대해서도 그는 "남편은 연임 청탁이나 그런 걸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상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노건평씨) 한테 '이번에 사장 임기 다 돼가는데 다시 사장 시켜주세요'라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돈을 준 것도 대우건설을 끌어들이려 했던 민경찬(노건평씨 처남)씨와 다른 사람들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당시 민씨 등이 남 전 사장에게 '연임을 도와줄테니 건물을 싼값에 지어달라'면서 접근했다는 검찰 수사기록이 있다. 민씨 등의 모의 과정에서 돈이 오간 것이지 남편이 직접 노건평씨게에 돈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 신문의 주석)"고도 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까지는 (자살 징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고 남편 자살 이후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했다.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노 전 대통령도 손주를 예뻐한다고 그러더라. 당시 신문에 보니까 청와대로 불러서 논다고 하던데 나는 손주들을 할아버지 없는 애들 만들어 놓고, 그 분은 그런 말씀 하시고도…(눈시울 붉힘-이 신문 설명)"라며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