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8일 사설 '봉하마을에 퍼붓는 국고(國庫), 숭례문에 돌려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귀향 환영행사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다고 한다. 행사추진위원회가 ‘요란한 귀향 쇼’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내린 결정이다. 행사비용을 1억3000만 원에서 6500만 원으로 줄이겠다지만, 이것조차 역대 대통령의 사저(私邸) 귀환행사와 비교하면 지나치다. 마지못해 축소하는 듯한 제스처에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더욱이 총 495억 원이 드는 경호경비 시설, 생태공원, 웰빙 숲, 시민문화센터, 전통테마마을의 건립 및 조성, 공설운동장 개보수는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드는 예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를 제외한 국고 및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지원 규모만도 211억 원에 이른다. 이 돈을 왜 국민이 세금에서 부담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사실상 무산시킨 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노 대통령이 ‘내 논에만 물대기’를 하는 모양새다. 노 대통령 사저와 봉하마을에 대한 터무니없는 예산 지원에 대해 차기 정부가 특별감사를 벌여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것 자체는 평가받을 만했다. 그러나 봉하마을 일대에 국비와 지방비를 퍼붓는 것을 보고 노 대통령의 생각이 순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노사모의 성지(聖地)로 만들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같은 경남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거제도 생가는 본채와 사랑채 2동으로 구성된 목조 기와집으로 초라한 규모다. 거제도 생가는 김 전 대통령이 거주하지 않고 기념물을 전시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서울 상도동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사저와 비교하더라도 노 대통령 사저와 봉하마을 꾸미기는 도를 넘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봉하마을에 찾아가 국고 211억 원을 차라리 숭례문 복원비로 쓰는 것이 낫겠다는 주장을 폈다. 봉하마을과 사저 꾸미기보다는 소실(燒失)된 숭례문을 복구하는 데 쓰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쯤 해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명예로운 결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국민이 세금 때문에 얼마나 힘겨운지 이제 알 때쯤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