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60년의 시발점 한국전쟁 기념공원 참전기념비 문구로 의회연설 시작
  •  [워싱턴=안종현 특파원]


  •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펼친 연설의 핵심은
    [미국이 왜 대한민국과 함께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주는 것이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중국과 일본의 견제를 받는 한국이란 나라를 돕는 것이
    미국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느냐는 미국 정치권의 오래된 질문에 분명히 대답한 셈이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의 경의를 표한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며 인용한 이 문구는
    미 포토맥 강변의 한국전쟁 기념공원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글귀다.

    미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었고,
    60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통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감사를 전한 것.

    이는 결국 한국과 미국은 함께 자유를 위해 싸운 동지이며
    앞으로도 함께 미래를 나아가야 하는 당위성을 나타낸다.
    이런 당위성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존경스럽고
    그 국민들의 대통령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운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특히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
    미국의 우정에 깊이 감사한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연설을 듣고 있던 상하원 의원 중
    참전용사 4명의 실명을 한명씩 거명하며 [한국과 미국은 친구]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참전용사 네 분,
    존 코니어스 의원님, 찰스 랑겔 의원님, 샘 존슨 의원님, 하워드 코블 의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 대통령이
    연설회장에 자리한 존 코니어스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의 참전용사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박수 갈채가 나왔다.
    마지막 하워드 코블 의원의 이름을 부를 때는
    회의장에 참석한 모든 상·하원 의원들이 일어나 첫 기립박수를 보냈다.


  • ▲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데이비드 모건 중령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부친 존 모건 씨가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데이비드 모건 중령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부친 존 모건 씨가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압권은 3대가 모두 한국을 위해 군대를 복무한 모건 패밀리를 소개를 했을 때다.

     

    한미 동맹의 60년을 웅변하는 한 가족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데이비드 모건 중령과 아버지 존 모건 씨입니다.
    모건 중령의 할아버지 고(故) 웨렌 모건 씨는
    6.25 전쟁에 참전해 해군 예비군 지휘관으로 활약했습니다.

    아버지 존 모건 씨는 미 213 야전포병대대 포병중대장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모건 중령도 1992년과 2005년 두 번에 걸쳐 주한 미군에서 근무했습니다.
    3대가 함께 한국의 안보를 지켜낸 모건가족은 한미 동맹 60년의 산증인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배석한 모건 가족에게 시선을 돌리고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모건 가족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헌신과 우정에 깊은 감사의 박수를 드립니다."


    박 대통령의 소개로 모건 가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또 한차례의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돼 온 한미 간의 혈맹관계를 미국의 한 가족을 들어 설명해
    한국과 미국이 가까운 친구를 넘어 미래를 함께할 동반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 ▲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데이비드 모건 중령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부친 존 모건 씨가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건 중령은 91년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한국의 미 2사단 전체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한 적 있다.

    모건 중령이 한국 근무를 자원한 데는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 워런 모건 씨의 생전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은 참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나라다. 나중에 한국에서 근무할 기회를 가져봐라."  

     

    워런 모건 씨는 1,2 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 6.25 한국전쟁에 자원해 참전, 미 군수지원함의 지휘관으로 활약했다.

    모건 중령과 한국과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 2사단에서 2년 간 한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 1996년에는 텍사스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또 2005년 다시 한국으로 부임해 작전장교로 한미연합사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2008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은퇴 후에는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모건 소령의 아버지 존 모건씨는 52년 포병 장교로 임관한 뒤 이듬에 6.25에 참전 미 213 야전포병부대의 관측장교와 포병중대장을 지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모건 가족을 소개하자 기립박수가 터져나오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 오른쪽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모건 가족을 소개하자 기립박수가 터져나오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 오른쪽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 연합뉴스

     

    이어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제 저는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 나아갈 우리의 미래(Our future  together)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박또박한 영어 발음으로
    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그리는 [큰 그림] 3가지를 제시했다.

    △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 체제 구축
    △ 지구촌 이웃들이 평화와 번영에 기여

    박 대통령의 이번 상하원 합동 연설은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과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다.
    박 대통령이 이날 34분 간의 합동 연설을 영어로 진행하는 동안 총 41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모건 가족을 소개하자 기립박수가 터져나오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 오른쪽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