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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의 시각]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

南도 北도 '불가사의'- 외국인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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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甲濟의 시각]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

'불가사의한 나라'의
무서운 역동성(力動性) 비밀

 
글 : 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월간조선 2013년 3월호




작년에 나온 남북한에 대한 두 권의 책은 제목이 같았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현 조지타운 대학 교수)가 쓴 책 제목은 《불가능 국가: 북한, 그 과거와 미래》(The Impossible State: North Korea, Past and Future. 하퍼콜린스社 출판)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서울 특파원 다니엘 투더가 쓴 책은 제목이 《한국: 불가능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 터틀 출판사)였다.

두 전문가의 눈에 비친 남북한이 다 존재가 불가능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나라인 셈이다.
불가사의의 이유는 다르다.

빅터 차에겐, ‘이 수수께끼의 국가가, 주민들의 기본권을 늘 짓밟고, 대기근(大饑饉)을 겪고, 국제적인 제재를 받으면서, 경제는 망가지고, 세계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고립되었는데도,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가 불가사의하다.

다니엘 투더에겐, ‘식민지 통치를 겪고,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분단되고, 민주주의의 전통도 없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반세기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가지 기적을 만들어 내어 다른 나라가 본받고 싶어하는 강대국이 되었는지’가 불가사의한 것이다.



무한(無限)경쟁의 생산성



[북한의 생존]과 [한국의 번영]이 불가사의한 것이다.
투더는 이런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그 실상(實相)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불가사의하다고 했다.

해외엔 한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
예컨대, 한국인은 보수적이다, 한국인은 부끄럼을 많이 탄다, 한국인은 즐길 줄을 모른다, 한국인은 너무 자존심이 강하다, 모든 한국인은 남북통일을 원한다, 모든 한국인은 미국을 미워한다(또는 좋아한다), 한국인은 창의력이 부족하다, 한국인은 신뢰가 가지 않아 거래하기 어렵다 등등.

투더 기자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은 원래부터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보루였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오해라고 지적하였다.
한국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하고 유동적 존재이다.

투더는 민주적 전통이 없는 한국이 민주주의를 신속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높은 교육열, 한글의 보급, 그리고 권력에 대한 저항의 전통.
흔히 “전쟁 없이는 국민국가가 없고, 혁명 없이는 민주주의가 없다”고 하는데 한국인은 6·25 전쟁을 통하여 국가기구를 강화하고, 4·19 학생혁명과 5·16 군사혁명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투더 기자는 한국의 기적적인 발전의 원동력을 ‘무한 경쟁’으로 보고, 경쟁이 한국인들을 몰아붙이는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이게 ‘한국-불가능 나라’의 주제(主題)이다.

한국에서 사는 것은 경쟁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교 입학, 취직, 결혼 등 모든 게 경쟁대상이다.
이런 경쟁상태는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은퇴 후까지 지속된다.
‘파이팅’이란 구호가 유행할 정도이다.



삶의 질 12등,

행복도는 102등



 
한국인의 경쟁심은 국제무대에서 조국이 반드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애국적 강박관념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존재목적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고, 노동자는 산업전사(戰士)로 불린다.
개인 간의 경쟁은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교육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는데 ‘한 방 사회’(One-shot society)라는 표현을 하였다.
좋은 대학의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그 ‘한 방’으로 평생을 득 보는 사회라는 비꼼이었다.

투더 기자는 한국 남성들이 피부 화장에 돈을 많이 쓰고 여성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형(成形)수술을 하는 이유도 경쟁 때문이라고 했다.
예쁘게 보이면 취직 때나 결혼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도 자녀들에게 성형수술을 권한다.
치열한 경쟁은 한국인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고등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보다 두 배나 높고,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경쟁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투더 기자는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더 균형 잡힌 인격을 갖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바라지만 실제는 반대로 행동한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어머니들의 극성이 문제이다.
직장을 갖지 않아 시간이 많은 어머니들일수록 자식들의 성적을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경쟁심을 불태운다.
자신들의 경쟁 시대는 끝났지만, 자식들을 이용하여 또 다른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자식들을 공부로 몰아붙인다.

한국은 유엔개발기구에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흔히 ‘삶의 질’로 불린다) 통계에서 세계 180여 개국 중에서 12등(2010년)이고, 구매력 기준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등이지만, 행복도 조사에선 178개국 중 102등이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가난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투더 특파원은 <경쟁이 한국의 성공을 가져왔지만 한국인들의 행복감정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이 1등이 되기 위하여 애쓰는 것을 포기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충고하였다.



적중한 비숍의 예언




100여 년 전 또 다른 영국인은 경쟁이 없는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하였다.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비숍 여사는 19세기 말 망해 가는 조선을 여행하고 쓴 책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한국인들은 가난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돈을 벌면 다 뜯겨 버리니 일부러 부자가 되지 않으려 한다>고 혹평했다.

조선에서 포경업(捕鯨業)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착취 때문이었다.
고래가 바닷가에 얹히는 사고가 나면 마을 사람들은 이 고래를 해체, 기름을 얻고 고기를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관리들이 알기 전에 고래를 바다로 밀어 보내 버렸다고 한다.
관리들이 마을 사람들을 혹사, 고래를 해체한 뒤 그 수익을 독점, 마을 사람들에게 고생만 나눠 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비숍 여사는 지금의 블라디보스토크 근방 한국인촌(村)을 방문하고는 놀랐다.
마을이 깨끗하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비숍 여사는 이 차이에서 충격을 받고 예언적 기술(記述)을 남겼다. 그 요지는 이러했다.

조선 사람들은 조선조의 착취 시스템을 떠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조선조적 시스템을 깨부순 나라였다.
자본주의의 경쟁원리가, 용수철처럼 눌려 있던 민족의 에너지를 대폭발시켰다.
자유민주주의가 선물한 자율과 경쟁이 한국을 경이로운 성공 모델로 만들었다.

문제는 성공의 원동력인 경쟁의 어두운 구석을 어떻게 슬기롭게 고쳐 가면서 경쟁의 생산력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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