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권 전환과 미국 핵우산

    과거에 잘못을 알고도 직언(直言)하지 못한
    군 수뇌부들은 너무 자책(自責)할 필요가 없다.

    김성만(코나스)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국가안위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核雨傘)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핵우산이 약화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의 UN 제네바대표부 전용령 1등서기관은 2013년 2월 19일 UN 군축회의에 참석해 “속담과 같이, 하루 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남측의 변덕스런 행동은 완전 파괴(final destruction)의 전조”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월 20일 “핵무기가 아니면 ‘완전 파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핵무기를 가지고 노골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굉장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2008년부터 ‘서울 불바다 잿더미, 청와대 불바다’를 자주 언급한 것과 연관하면 우리에 대한 핵무기사용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2013.2.12)으로 인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에 대한 재검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2월 13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북핵 해결 전(前) 전작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 시기를 재조정하는 것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뿐만 아니라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중대 상황변화에 따라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추진된 것이다. 한국이 앞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주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가 2월 21일 오전 전쟁기념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한 안보자문회의를 긴급히 개최했다. 채명신 예비역 장군 등 34명의 원로자문위원과 정책자문위원 10명, 향군 회장단과 부서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정세보고, 안보강연, 대책 토의, 결의문 채택과 서명 순서로 이어졌다.

     박세환 회장은 “북한의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은 우리 안보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극한의 위기상황”이라며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고,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하며, 자체적으로 핵무장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미연합사 해체를 재 연기시켜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도래 시 북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도록 선제타격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조치를 담은 작전계획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개리 세모어 하버드대 벨퍼국제관계연구소 사무총장은 2월 19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 핵포럼 2013’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다면 미국 정부와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가의 요청에 대해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있다.

     박근혜 정부가 원한다면 한·미 전작권 이양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전작권 이양은 아직 한국 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2월 20일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하여 “한국 측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이렇게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이유는 미국 핵우산의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으로 인해 한미연합사가 동시에 해체된다. 한미연합사는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이 연합작전을 하기 위한 기구다. 이 기구가 해체된다는 것은 더 이상 연합작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징후가 있을 경우에 한·미는 연합작전을 통해 이를 긴급히 억제해야 한다. 만약 억제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하여 추가 공격을 중단시켜야 한다. 연합작전은 필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성 김 대사의 언급에 대해 2월 21일 “전작권을 전환해도 대북 억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예정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며 “지금까지의 평가결과 큰 무리 없이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는 2월 21일 오후 ‘박근혜 정부 국정목표(140개 과제)’를 발표했다.

     인수위는 “한국군 주도의 단일 전구(전쟁구역)사령부 구성과 한미연합 전투참모단의 신(新)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하겠다.”며 2015년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한미연합 전투참모단은 연합작전을 지휘하는 기구가 아니다. 작전협조를 위한 참모단으로 한미연합사의 기능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김희상, “미니 연합사로는 불안하다”, 문화일보 오피니언/시평, 2012.11.15 및 “미니 연합사’로는 미래가 없다”, konas, 2012.11.18. 김성만, “미니연합사 걱정된다”, konas. 2013.1.15. 및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 konas, 2013.2.2 참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국과 협상하여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정부는 우리국민 1천만 명의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서명달성(2010.5.25)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국민은 참여정부가 완전한 자주국방을 위해 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과거에 잘못을 알고도 직언(直言)하지 못한 군 수뇌부들은 너무 자책(自責)할 필요가 없다.
    이제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용기가 중요하다.
    미국의 핵우산과 연합작전이 필요한 시기에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