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선관위, 헌재 판례 거론하며 “본인 의사 없어도 후보” 주장“안 원장의 힐링캠프 출연, 책 출간은 사전 선거운동 아니냐” 지적
  • 안철수 교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책 선전하고 자기 자랑을 해도 그는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상태가 아니기에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 서울시 선관위의 ‘해석’이다.

    서울시 선관위는 7월 27일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가 안철수 교수를 비판한 성명 광고를 신문에 낸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선관위는 이 광고의 자금 흐름까지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사람을 비판하는 게 어떻게 선거법 위반일까. 서울시 선관위의 답은 “본인이 입후보 하지 않았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입후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인이 입후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접촉하는 사람, 행적 등에서 객관적으로 입후보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헌법재판소, 대법원 판례에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2007헌바2986 병합'의 내용을 읽어 드리겠다.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그 신분접촉대상, 언핸등에 비추어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가진 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같이 후보자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징표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 같은 판례 등에 따라 현재 서울시 선관위는 안철수 원장이 대선 예비후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철수 교수는 여지껏 공식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를 비판하는 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니. 여기에 선관위는 ‘판례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판례에 따라 그렇게 보는 것이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근무시간 공보실로 다시 전화 달라. 상세히 설명해 주겠다.”

    이 같은 서울시 선관위의 ‘해석’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의 이 헌 공동대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석이다. (선관위가)너무 앞서가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할 건지 말 건지를 놓고 몇 개월을 재는 바람에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가슴 졸이는 사람도, 짜증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원인은 바로 안 원장 본인이다. 그의 확실하지 않은 태도가 문제다.

    본인이 출마를 할 건지 안 할 건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그런데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서울시 선관위가 미리 예단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 선관위가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그를 비판한 국민행동본부에 대해서만 ‘엄격한 법적용’을 하려는 점도 '순서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선관위가 법 적용을 하려는 데 있어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안 원장은 지금 힐링캠프에 출연해 막대한 홍보효과를 얻었고, 최근에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도 냈다. 만약 서울시 선관위가 안 원장을 대선후보로 규정한다면 이런 것들이 사전 선거운동 행위에 저촉되는지부터 먼저 따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다음에야 안 원장을 비판한 성명을 조사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본다.”

    ‘안철수 교수 띄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 선관위가 이 같은 해석을 내린다면 대선 레이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상당한 혼란과 선관위에 대한 비판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