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꽃미남'에서 '우스운 남자'로 파격 변신'웃음'과 '감동' 절묘한 균형‥반전 매력 선봬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차인표가 이렇게 웃기는 남자였던가?"

    거대한 D컵(?) 가슴을 흔들며 '남행열차'를 부르는 이 남자. 그는 더 이상 백화점 재벌 2세 '강풍호'도, 야망 넘치는 정치인 '강태산'도 아니었다.

    1994년 MBC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색소폰을 불어 제끼며 '원조 꽃미남'으로 칭송받던 그가 완전히 망가진 캐릭터로 돌아왔다.

    차인표는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에서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모자라는 엔터테인먼트 사장 '차세주' 역을 맡아 생애 첫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미스캐스팅'이란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인표는 불과 며칠새 안방극장에서 '가장 웃기는 남자'로 변신했다.

    실제로 관련 기사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시트콤은 난생 처음‥", "웃다보니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차인표씨,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요?", "이젠 차인표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 같은 댓글이 수두룩하다.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촌티패션 작렬‥진짜 차인표 맞아?
    19년 동안 안 망가지고 버텼는데‥

    극 중 차세주는 평소 고품격 매너를 선보이는 인물이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깜짝 놀랄만한 '반전 매력'을 공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연기자가 되겠다며 천방지축 날뛰는 아들을 바라보며 25년 전 과거로 돌아간 차세주는 장발 머리에 독수리 와펜을 단 청재킷, 그리고 몸에 딱 붙는 '쫄쫄이' 옷 등, 사상 유례가 없는 촌티 패션을 선보인다.

    그 뿐인가. 자신에게 발연기 유전자를 물려 받은 아들이 배우를 꿈꾸는 모습에 "연기만은 절대 안돼"라고 외치며 거칠게 훌라후프를 돌리는 등, 차세주의 엉뚱한 면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실 차세주의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는 과거 차인표가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분노 시리즈'와 맥을 같이 한다.

    2005년 방영됐던 SBS 드라마 '홍콩익스프레스'에서 차인표는 '분노의 양치질', '분노의 댄스', '분노의 푸시업', '분노의 질주', '분노의 전화' 등 다양한 분노 장면을 연출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당시 차인표의 연기는 지극히 정상적(?)이었으나 차인표의 분노 연기에 심취한 한 네티즌이 차인표의 과격한 행동만을 따로 모아 '차인표 분노 5종 세트'를 만들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7년 전 '분노의 양치질' 인기, "저 원래 웃겨요"
    "여러분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어‥"

    차인표가 시트콤에 캐스팅 된 것도 어찌보면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웃음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케 해 준 인물이 바로 차인표 자신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차인표는 '선녀가 필요해'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이 '차세주' 역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이 19년 동안 안 망가지고 버틴 차인표가 망가지질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대중이 원하는대로 망가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인표는 처음 제작사 측에서 출연 제의를 해왔을 때 곧바로 다른 방송사에서 또 다른 시트콤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이제는 시트콤을 해야할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연기자로서의 '직감'과,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생애 최대의 모험을 감행한 차인표는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중년의 나이에 코믹배우로 변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차인표의 모습은 얼핏 박영규와 노주현을 연상케 한다.

    중후한 신사 역할을 주로 해왔던 이들이 '무능하고' '약삭빠른' 캐릭터를 소화하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이는 곧 안방극장에 시트콤 열풍을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차인표와 이들의 행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박영규와 노주현은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등 비슷한 포맷의 시트콤에 연달아 출연하며 스스로 연기의 폭을 좁히는 우를 범했다.

    '웃기는 배우'란 인상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들은 코믹 연기를 중단한 이후에도 한동안 다른 장르에선 섭외가 안 될 정도로 큰 연기 부침을 겪었다.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연기보다 사회 활동, 기부에 더 관심?
    '신나게 웃기다가 실컷 울리는' 묘한 매력

    반면 차인표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들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위트 있는 입담을 과시하다가도 어느샌가 탈북자 이야기로 돌아서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등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는 것.

    사실 차인표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그는 마치 사회활동이나 기부를 위해 연기를 '차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그는 연기를 통해 얻은 부와 인지도를 십분 활용, '탈북자 돕기 운동'이나 '컴패션' 아동 후원에 전력을 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코믹 연기를 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 역시 또 다른 자선 활동을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대중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다'는 그의 각오는 누군가를 더 많이 돕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처럼 들린다.

    코믹배우로 변신한 차인표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진정성에 기인한다.

    그의 웃음이, 그가 흘린 눈물이 가식이 아님을 알기에, 부디 어떤 모습이든 오랫동안 사랑 받는 배우로 남길 기대해 본다.

    취재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차인표 프로필]

    ▲출생 : 1967년 10월 14일(서울특별시)
    ▲신체치수 : 180cm, 82kg
    ▲가족관계 : 아버지 차수웅, 배우자 신애라, 아들 차정민, 딸 차예은·차예진, 형 차인혁
    ▲학력 : 美 뉴저지주립대학교 경제학 학사
    ▲데뷔 : 1993년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출연작 : 드라마 <계백> <대물> <하얀 거탑> <홍콩 익스프레스> <영웅시대> <완전한 사랑> <왕초> <별은 내 가슴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영화 <크로싱> <한반도> <목포는 항구다> <보리울의 여름> <아이언 팜> <짱> <알바트로스>
    ▲수상 : 2010 한국사회공헌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2010년 SBS 연기대상 프로듀서상(대물), 2008년 제16회 이천춘사대상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크로싱), 2006년 대통령 표창(아동 보호 및 권리 증진 기여), 2006년 제1회 모델상 시상식 한류스타상, 2005년 환경재단 선정 '2005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2003년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10대 스타상(완전한 사랑), 2001년 MBC 연기대상 대상(그 여자네 집), 2000년 제3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왕초), 1998년 제3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인기상(그대 그리고 나), 1994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사랑을 그대 품안에)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