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시민들의 겨울 생존 방법들(상)

    장진성 기자

    북한 주민들에겐 가장 혹독한 계절이 겨울이다.
    대량아사 이후 시장이 확대되면서 식량난은 조금 완화된 반면, 북한의 추위는 더 가혹해졌다.
    그 이유는 전기가 여전히 부족한데다 산들마저 대부분 민둥산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석탄은 개인이 파낼 수 없는데다 그것마저 외화벌이 원천으로 헐값에 중국에 팔리는 실정이다.

     그럼 평양시민들은 어떻게 겨울을 이겨낼까? 상중하로 나누어 설명해보려고 한다.
    북한 상위층은 대부분 석유난로를 사용한다. 이를 위해 국가보위부 산하 신흥무역회사 안에 전문 항공기 연료만 수입하는 업체도 있다. 중산층에 해당되는 시민들은 아예 집에 석탄 보일러를 설치한다. 이른바 “무동력 보일러”라고 한다.

     건물 구조 변경을 할 수 없어 방 한 가운데 별도로 대형 침대 형식으로 온돌을 만드는 것이 추세다.
    안에 철관들이 들어있는 시멘트침대인데 석탄으로 물을 끊여 순환을 시키는 방식이다. 베란다에서 석탄을 두 시간에 한번 꼴로 바꾸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대신 온기를 느끼며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침대가 없는 다른 방들의 벽은 하얗게 성에가 낄 정도이다. 그래서 남편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부엌에 나가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대야에 받아놓은 얼음을 깨는 것이다. 그만큼 평양의 추위는 바깥만 추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구석구석을 떨게 만든다. 때문에 평양시 아파트들에선 가을부터 알탄을 찍느라 전쟁이다.

     알탄공장이 있긴 하지만 자체로 석탄을 구입해서 공장에 보내야하는 관계로 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알탄을 찍어도 이틀 동안 밖에서 마를 때까지 밤새도록 가족들이 순번제로 지켜야 하고, 또 엘리베이터가 없어 등짐으로 수 십 번을 오르내려야 한다. 북한 아파트들은 고층으로 올라 갈수록 값이 싸다. 그 이유가 전기가 없어 모든 짐을 등짐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하층 시민들에겐 겨울은 곧 죽음의 공포이다. 집안인데도 말할 때마다 입김이 새나올 정도이다.
    이불은 24시간 방바닥에 그냥 펼쳐져 있다. 그래야만 집이 조금이라도 더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가정들에선 퇴근하면 집에서 옷을 더 두텁게 입고 다닌다. 잘 때에는 장갑, 솜옷은 물론 솜 신발까지 신고 그 채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도 추가로 더운 물이 든 페트병을 껴안고 잔다. 그것만 있으면 이불안이 따뜻해져 금방 잘 수 있고, 다시 새 아침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겨울이면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보온고무가 아주 인기이다.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임산부, 노인, 아이들이다. 임산부 같은 경우 바람을 맞으면 안 되어 집안에 비닐하우스를 따로 설치해준다.

     그리고 그 안에 석탄불을 넣어주면 집안 보다 훨씬 더워진다. 그 대로 잠 들어 석탄연기에 질식 돼 죽은 임산부들이 많다. 북한에선 겨울이 노인들의 사망 계절이라고 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쇠약해서가 아니다. 석탄을 구할 수 있는 밑천과 땔감을 가져올 수 있는 기력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노인들의 자식자랑은 베란다에 높이 쌓인 알탄 자랑이다.

     겨울이면 북한에서 집 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을 일컫는 “꽃제비”들이 많이 얼어 죽는다.
    꽃제비들의 얼굴과 손은 항상 새까맣게 타있는데 씻지 않아서가 아니다. 훔친 신발이나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밤새껏 그 온기로 버티느라 그을음에 더렵혀진 것이다.

    이런 평양이어서 세계에 없는 북한만의 겨울사고 방지제도가 있다.

     겨울에 석탄연기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동 인민반에서 석탄가스 순찰을 하는 것이다. 가스순찰은 매 가정마다 돌아가며 맡는 순번식이다. 주로 남편들이 순찰을 도는데 밤 9시, 12시, 새벽 4시에 집집마다 노크를 하여 집주인으로부터 가스안전 도장을 받는다. 마지막엔 인민반장과 동사무소에 가서 순찰확인 사인을 받는다.

     그 피곤한 임무가 한 달에 한번 꼴로 돌아온다. 보다는 집주인들이 겨울 내내 밤이면 밤마다 몇 번을 잠에서 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평은 없다. 그래도 그 순찰 덕에 부엌아궁을 미처 닫지 못해 온 집안에 차 넘치던 석탄가스사고를 방지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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