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왕국 삼성의 은은한 미소

    삼성전자는 5년 연속 국제특허 세계 2위 회사로서
    세계적 불황의 안개 속에서도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최성재

  • ▲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첫 생산된 웨이퍼를 건네받고 있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첫 생산된 웨이퍼를 건네받고 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IT 업체에 일본은 1980년 3개를 올려놓더니, 1990년에는 무려 7개를 올려놓았다. 바야흐로 일본은 IT만이 아니라 전 산업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할 듯 욱일승천했지만, 2000년에는 전원 탈락했다. 2010년에도 한 개도 없다. 2010년 기준 세계 10대 IT 빌보드차트에 미국이 9개를 올려놓았는데, 삼성전자(이하 삼성)가 유일하게 미국의 아성을 뚫고 들어가 랭킹 8위로서 푸른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전자왕국 일본을 무너뜨리는 데, 대한민국의 삼성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90년만 해도 삼성의 사장을 소니의 일개 과장이 크게 선심 써서 플라스틱 미소를 띠고 만나 주었지만, 이제는 소니 포함 일본의 IT업계 10개가 삼성 한 회사를 못 당한다. 세계 곳곳의 매장 한쪽 귀퉁이에서 먼지를 뽀얗게 덮어 쓰고 있던 삼성이 불과 20여 만에 난공불락의 옛 전자왕국에게 영업적자와 정리해고의 공포를 안겨 주고 있다.
     
      2010년은 그러나, 삼성에게 악몽 같은 한 해였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지구촌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은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콘텐츠가 조악하다. 들어온 복도 차 버렸다. 거대한 관료조직의 삼성은 이제 끝이다!”
     
      삼성은 전시체제에 들어갔다. 구글과 머리를 맞대고 세계 100여개 통신회사와 손잡고 갤럭시를 내놓았다. 새로운 생태계(ecosystem)를 형성한 것이다. 노키아가 소리 없이 몰락하고 애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발끈하며 애플이 삼성을 향해 선전포고했다. 특허전쟁! 그 사이 6만 애플 전 직원의 머리를 합친 것보다 머리가 뛰어났던 스티브 잡스가 영원히 눈을 감았다. 애도의 물결이 휩쓸면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2011년 3분기 무려 천만 대 차이로 애플은 삼성에 밀렸다. 특허 전쟁 전초전에서 삼성은 2011년 12월 현재 3대 5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애플에 밀리고 있음에도 조금도 긴장한 기색이 없다. 특허왕국 삼성은 선수 친 애플을 향해 오히려 잘 걸려들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눈은 빛나고 볼은 발그레하고 발은 가볍다.
     
      1997년 초 윤종용 부회장(현 삼성전자 비상임 고문)은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반도체 호황 착시에 빠져 삼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 윤종용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단안을 내렸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수익을 낼 가능성이 적은 사업은 아예 접어버리거나 뚝 떼 주어 버렸다. 6만 명의 임직원 중 무려 2만 명을 정리해고했다. 그 중에는 분사로 작은 기업에서 새로운 기업인생을 시작한 사람도 많았지만, 하여간 그것은 대학살이었다. 그럼에도 기아나 대우와 달리 노조가 없던 삼성은 파업과 노동법개혁과 대통령선거로 들뜬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스스로 약간의 신음 소리를 냈을 뿐 그 해 말 찾아온 외환위기를 가슴 쓸어내리며 맞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창사 이래 그때가 삼성으로선 최대의 위기였다. 2010년은 거기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삼성은 윤종용의 칼바람 후에 전열을 가다듬어 아사비야(asabiya 내적 결속력)를 회복하자, 1998년부터 무섭게 도약하기 시작했다. 사세가 확장하면서 고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2011년 현재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19만 5천 명. 10여 년 사이에 본사의 고용창출만 무려 6만 명!
     
      국내의 임직원 10만 명 중 연구개발 담당자가 5만 명이고 이중에 3만 명이 소프트웨어 담당이다. 이를 조만간에 5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약 10조 원(9조 4108억 원)으로 대한민국 정부 전체의 그것과 비슷하다. (생색내는 데 도가 튼 이명박 정부는 들을진저!)
     
      미국 특허청(USPTO www.uspto.gov/)에 따르면, 1995년 삼성은 미국 특허가 423개로 22위에 불과했다. 당시에 국가 순위로는 한국은 8위로 7위 대만에도 밀렸다. 그때도 1위는 IBM으로 1383개, 소니는 11위로 754개였다. 그 후로 삼성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드디어 2006년 IBM 3621개에 이어 2451개로 은메달을 땄다. 2006년에 이미 2010년 국가 순위 8위를 기록한 중국 전체의 2657개와 맞먹었다. 지금은 중국 전체의 약 2배다. 소니는 1771개로 7위에 그쳤다. 2005년이면 소니를 제칠 수 있다고 외환위기 무렵 윤종용 부회장이 큰소리치는 걸 보고 다들 비웃었지만, 실지로 그렇게 되었다. 신중하기 그지없는 메모광 윤 부회장의 이상한 큰소리는 바로 국제특허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삼성에 힘입어 2006부터 대한민국도 소리 없는 강자 대만을 5위로 밀어내고 4위로 등극해서 지금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3위 독일을 바싹 추격하고 있다.
     
      2010년 미국특허의 기업별 순위는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2009년 수치이다.
      1위 IBM 5866(4886)
      2위 삼성 4518(3592)
      3위 MS 3086(2901)
      4위 캐논 2551(2200)
      5위 파나소닉 2443(1759)
      6위 도시바 2212(1669)
      7위 소니 2130(1656)
      8위 인텔 1652(1534)
      9위 LG 1488(1064)
      10위 HP 1480(1269)
     
      삼성에 선제공격을 감행한 애플은 45위로 563개밖에 안 된다. 19위 하이닉스 973개에도 한참 못 미친다. 참고로, 한국 휴대폰과 애증관계에 있는 퀄컴은 40위로 985개이다.
     
      국가순위 5위까지는 다음과 같다. 마찬가지로 괄호 안은 2009년 실적이다.
      1위 미국 10만7792(8만2382)
      2위 일본 4만4814(3만5501)
      3위 독일 1만2363(9000)
      4위 한국 1만1671(8762)
      5위 대만 8283(6642)
     
      애플은 자체 특허가 별로 없기 때문에 특허괴물(patent troll)을 인수하여 비겁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고, 조만간에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삼성과 휴전협정 또는 평화협정을 맺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편집광(偏執狂) 천재 잡스도 영원히 애플이 잡을 수 없는 세계로 떠났다! 애플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은 삼성이 특허제국 IBM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다(2011/2). 1위와 2위는 게임의 논리에 따르면 좀처럼 손을 잡는 일이 없는데, 삼성은 이런 쾌거를 달성했다.
     
      일찍이 삼성은 품질 위기에 빠졌다. 1990년대 초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외에는 모두 바꾸자며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먼지 자옥 삼성제품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바로 디자인 위기에 빠졌다. 이것도 디자인 연구소를 외국에 먼저 설립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여 이제는 삼성, 하면 디자인이 떠오른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위기다. 이미 삼성은 전술한 대로 3만 명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원을 확보했지만,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들여 이를 5만 명으로 늘리면, 아마 5년 이내에 소프트웨어도 K-팝이 세계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들 듯이 세계의 눈과 귀와 손을 즐겁게 할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아니 생존의 위협을 받은 LG도 2009년 세계특허 12위에서 2010년 세계 9위로 도약한 바와 같이 훨훨 날아올라 머잖아 삼성과 나란히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떨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