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리아여성연합, 탈북 여성들 증언 기자회견 열어
  • ▲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 이소연)이 오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한글도 모르는 꽃제비, 이젠 여성이고 싶다’를 주제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 이소연)이 오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한글도 모르는 꽃제비, 이젠 여성이고 싶다’를 주제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 이소연)이 3일 ‘세계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한글도 모르는 꽃제비, 이젠 여성이고 싶다’를 주제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 중국 등에서 탈북여성들이 겪었던 인신매매와 성폭행 실태를 생생히 증언했다.

    특히, 이들은 김정일 체제에서 붕괴조짐을 보인 북한의 배급제가 김정은 등장 이후에는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해, 꽃제비를 넘어 청제비(청, 장년층), 노제비(노년층)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북한주민들이 겪는 굶주림이 심각하다고 증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탈북여성들은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구원할 수 있는, ‘북한 인권법’ 통과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꽃제비는 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 ▲ 증언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탈북여성.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증언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탈북여성.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날 함경북도 청진 출신 탈북여성 김은미(33)씨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중국으로 탈북한 북한 여성들이 겪는 인신매매실태와 관련돼,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북한 군수공장에서 일했다. 군수공장은 북한에서도 그나마 식량을 주는 곳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배급으로 나온 것은 젖은 옥수수와 쌀 몇 그램이 전부였다.

    동생이 영양실조에 걸리고 식구 모두 배급만으로 목숨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가족들 몰래 지난 2006년 중국으로 탈북했다. 중국에 가면 쌀밥을 먹을 수 있고 돈을 벌어 부모에게 보내줄 수 있다는 브로커의 제의에 귀가 솔깃했다.

    그 길로 살을 에는 두만강 물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브로커의 말만 믿고 간 중국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인신매매였다. 심양으로 요녕성으로 2번을 팔려갔다. 도망치다가 붙잡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남자 3명이서 때리는데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니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죽은 줄 알았는지 이불에 쌓인 채 방치된 상태였다.”

       - 함경북도 청진 출신 탈북여성 김은미(33)씨


    이후 김은미씨는 인근 식당으로 도망쳤으나, ‘전화 한통이면 신분증이 없는 넌 당장 북송’이라는 주인의 협박에 돈 한 푼 못 받고 식당 일을 하는 등 고초는 계속됐다.

  • ▲ 함경북도 샛별에서 출생한 송경옥(28)씨.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함경북도 샛별에서 출생한 송경옥(28)씨.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함경북도 샛별에서 출생한 송경옥(28)씨는 부모님이 성경책을 들고 다니면서 기도한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뒤, 간첩 자녀라는 꼬리표가 붙어 오빠와 함께 샛별과 회령 등지를 돌며 꽃제비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어린 시절 먹을 것조차 구하기 힘들 정도로 집이 가난했다. 밤마다 배가 고파 울고 때려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자식들을 보며 부모님이 물 한잔 떠놓고 기도를 했나보다. 그런데 이웃에서 고발을 했는지 어느 날 한밤중에 집에 모르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날 이후 부모님은 정치수용소로 끌려갔고 오빠와 나는 꽃제비가 됐다.

    3~4일은 보통으로 굶고 1주일을 굶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배가 너무 고파 개똥과 인분에 섞여있는 강냉이를 강물에 씻어 먹기도 하고, 독버섯이나 이름 모르는 독초도 먹었다.

    브로커가 '중국에서는 개도 쌀밥을 먹는다'는 말을 해, 지난 2004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갔다. 하지만 체중이 38kg 밖에 안될 정도로 비쩍 마른 몸에 키도 작아, 어디 팔려가지도 못하고 식당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생활을 했다.

    당시 식당 주인이 먹을 것도 잘 주지 않아 매일 밤 참기름, 식용유 등으로 배고픔을 달랬고, 2008년 지금은 인천에 살고 있는 한 탈북여성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올 수 있었다.”

       -함경북도 샛별에서 출생한 송경옥(28)씨

     

  • ▲ 북한 특수부대 간호사관 출신 안혜경(39)씨.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북한 특수부대 간호사관 출신 안혜경(39)씨.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마지막으로 증언한 안혜경(39)씨는 북한에서 특수부대 간호사관으로 9년 가까이 일했던 엘리트였다. 그러나 당원이 되기 위해 성노예가 됐던 친구의 실상을 목격하며, 10여 년간 이뤄놓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지난 2006년 탈북했다.

    “17살 어린 나이에 군대에 입대했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을 지킬 최소한의 성교육은커녕 성 권리조차 몰랐다. 남자와 달리 비전투부대원인 여성 군인들은 경제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제대하기 전 당원이 되지 못하면 군대에서 크게 잘못한 것으로 여겨져 사회에서 갖은 멸시를 당하기 때문에, 당원증을 받기 위해 북한 여성 군인은 뇌물을 받치거나 몸을 팔아야만 한다.

    결국 당원이 되기 위해 상사의 성노예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을 배우고 노래를 잘 했던 친구도 당원이 되기 위해 나이까지 속여 입대했다가 선전부장 아이를 가졌다. 그 친구는 결국 제대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어제까지 동료였던 이들이 얼굴에 침을 뱉는 등 모욕을 줬다.

    친구였던 나도 현장에서 강압에 못 이겨 결국 친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손바닥만 한 빨간 당원증이 뭐라고 이렇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면서 군복무를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과 나도 성노예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결국 2006년 탈북했다.” 

       -북한 특수부대 간호사관 출신 안혜경씨

  • ▲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북한 정권도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지정했지만 북한의 여성들은 남녀평등은 고사하고 인간의 기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채 온갖 학대와 인권유린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힘없는 여성들은 김정은 체제의 희생양이 돼 신음속에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대표는 “북한은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독재국가로, 최악의 인권탄압, 언론탄압, 종교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반인륜적이라는 인식도 갖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뉴코리아여성연합은 이달 중 탈북여성들의 인권 실태 증언 기자회견을 한 차례 더 연 뒤, 북한여성들의 증언과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각국 주한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