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합금 엔진 '파도 관통형 고속정'… 최고속도 90km/h, 스텔스 기능까지 갖춰
  • ▲ 2015년 5월 당시 북한이 선전한 VSV 모습. ⓒ아리랑TV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5년 5월 당시 북한이 선전한 VSV 모습. ⓒ아리랑TV 관련보도 화면캡쳐.
    김정은이 지난 7월 군수산업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고속정을 대량생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정은이 대량생산을 지시한 고속정은 2015년 5월 한국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역에서 포착했던 ‘파도 관통형 고속정(영문 명칭 Very Slender Vessel, VSV)’이라고 한다.

    ‘데일리NK’는 “김정은이 지난 7월 청진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수분야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소련제 어뢰정이 노후되어 실제 가동하는 게 몇 척 안 되니 이제는 새로운 고속정을 계속 생산하라’고 지시했다”는 함경북도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형 고속정을 생산하는 곳은 청진시 수남구역 소재 청진조선소이고, 엔진을 만드는 곳은 청진시 송평구역 129호 공장이라고 한다. 청진조선소는 경비정과 6인승 침투용 반잠수정을, 129호 공장은 알루미늄 합금 강판과 어뢰 부품을 제조하는 곳이라고 한다.

    청진시 수남구역 청진조선소에서 생산

    소식통은 또한 129호 공장과 관련해 “김정은은 고속정 엔진을 한 달에 10개 이상 생산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면서 “과거에는 러시아산 어뢰정용 보조 엔진을 주로 생산했는데 이제는 모두 신형 고속정용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NK’는 김정은이 말한 신형 고속정이 2015년 5월 한국군에도 포착됐고, 북한이 선전한 VSV라고 추정했다. 당시 한국군은 북한군 VSV가 길이 30미터, 폭 5미터에 앞머리가 뾰족하고 위아래로는 납작한 형태여서 고속 기동할 때 들이치는 파도를 뚫고 지나가는 고속정이라고 설명했다. 선체에는 스텔스 도료가 칠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北, 대규모 어뢰 공격 후 서북도서 점령 구상

    북한 해군은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구식 어뢰정을 사용하고 있다. 舊소련제 세르센급, 신남급, 신흥급, 구성급, P-6급 어뢰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김정은의 지시는 이 가운데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뢰정이 몇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데 따르면, 북한 해군은 세르센급 3척, P-6급 12척, 신흥급과 구성급, 신남급 15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VSV로 이를 대체한다면 그 수는 최소 20여 척에서 최대 100척을 넘을 수도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북한 해군이 이처럼 많은 어뢰정을 수십 년 동안 보유했던 이유는 소재가 나무나 FPR라 건조비용이 저렴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속도가 평균 40노트(75km/h)로 매우 빠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북한 해군은 대규모 어뢰정의 파상공격으로 적 대형함정을 격파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어뢰 외에는 50구경(0.5인치) 기관총 밖에 탑재할 수 없고, 방어력이 매우 낮음에도 많이 만들었다.

    속도가 무려 50노트(90km/h) 수준

    반면 김정은이 대량생산을 지시한 VSV는 53mm 함포와 30mm 수동 기관포를 갖추고 있고 어뢰를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엔진을 비롯해 여러 부품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고, 속도도 50노트(90km/h) 수준이어서 헬기를 탑재하지 않은 소형 전투함은 요격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VSV는 당초 고속 침투정으로 설계된 것이어서 무장병력을 태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실제로 英해군 특수부대 SBS는 VSV를 적 후방 비밀침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 해군은 지금까지 어뢰정과 고속 초계정, 미사일 초계정을 주로 서해 NLL과 연평도·대청도 등 서북도서 인근에 주로 배치했다. 서북도서 주변을 초계하는 한국 고속정과 초계함, 호위함을 대량의 어뢰 공격으로 무력화한 뒤, 수십여 대의 공기부양정을 사용해 서북도서를 점령한다는 작전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군이 앞으로 북한군의 VSV 어뢰정에 대응하려면, 서북도서에 일부 배치해 놓은 ‘스파이크 ER’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단거리 유도무기를 확충하고, 이 지역에 공중화력 지원이 가능한 전력을 배치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