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30대, 여당과 웰빙파에 어뢰를 쏘다 
    야당에 64%의 표 몰아줘, 35% 차이, 20대보다 15% 높아

    여론조사와 전혀 판이한 결과가 나온 이번 지방자치선거의 주요 원인은 투표 통계상 30대의 반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30대는, 여당에 29%의 표를 준 반면에 야당에는 무려 35%포인트나 더 많은 64%의 몰표를 줬다.
    현재 친노좌파 언론에서 투표 혁명의 주역으로 띄우고 있는 20대의 경우는 여당에 37%. 야당에 57%를 주어 여야 차는 20%, 386세대인 40대의 경우는 여당에 40%의 표를, 야당에 이보다 14%포인트 많은 54%의 표를 주어, 여야차는 14%에 불과했다. 즉 30대는 20대와 40대에 비해서도 동급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권 심판론을 주도했던 것이다.

    30대의 반란은 이미 2007년 대선 때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2007년 대선은 전반적으로 친노세력 심판론이 우세한 가운데 30대는 전 세대 중에서 당시 여당의 정동영 후보에 가장 많은 28.3%의 표를 몰아준 세대였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에는 가장 적은 40%의 표를 주었을 뿐이다. 20대는 그 다음으로 이명박 후보에 42.5%의 표를 주었다. 특이한 점은 20대의 경우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20%밖에 표를 안 준 반면, 문국현 후보에게 무려 16.5%의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반면 30대는 9%에 불과했다. 즉 같은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20대와 30대의 경우 2007년 대선에서 30대는 상대적으로 노무현 정권의 연장에 더 힘을 실어준 반면 최소한 20대는 문국현으로 표가 갈리면서 정권 교체론에 더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좌파 논객 손석춘은 “30대는 40대에 영향을 받아 여전히 낡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에 단단히 사로잡힌 반면, 20대는 노무현 정권의 경제실정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20대와 30대의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똑같이 현 여당 심판론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 강도에서 30대가 훨씬 더 강한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30대의 64%가 현 정부의 불만세력, 20대보다 11%나 높아

    30대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은 조금씩 조금씩 고조되어왔다. 천안함 사태나 지방선거에 관한 여론 형성에 없었던 올 2월 인터넷 신문사 폴리뉴스의 이명박 정부 지지도 조사에서 '잘한다'는 응답은 60대 이상이 61.6%, 50대가 55.2%였으나 20대와 30대는 40.4%, 28.8%를 기록해 평균(44.5%)보다 낮았다.
    이에 반해 '못한다'는 의견은 30대가 64%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53%로 뒤를 따랐다. 그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30대는 20대와 비교해서도 전 세대 중에서 가장 강력한 체제 불만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20대의 40%가 그래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긍정의 평가를 한 반면, 30대는 28%에 불과했다는 점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이번 지자체 선거 결과에 대해 친노좌파 언론사들이 각종 분석을 쏟아내는데, 역시 흥미로운 점은 주로 20대의 투표 혁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가수 신해철은 “투표한 20대는 모두 승리자”라며 그간 20대를 깔보고 교만했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 좌파 인터넷신문인 민중의 소리는 ‘야권 승리의 숨은 주역은 20대 투표율’이란 제목으로 보도했고, 우파 매체인 데일리NK 역시 ‘20대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 보도했다. 물론 지난 2008년의 제 17대 총선에서 20대가 37.1%로 세대별 투표율 최저를 보였고, 30대의 경우 56.9%로 큰 격차가 나다보니, 주로 친노좌파 세력에서 20대 투표율 상승을 위해 전방위적 운동을 벌인 결과이기도 하다.

    여론조사에서 잡힐 수 없었던 30대의 투표 반란

    그러나 실질적으로 친노좌파 진영에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30대에 대해서는 선거 전이나 후나 상대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세대별 투표율과 지지율에 관한 조사를 다음달에 발표하기로 하여, 현재로서는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발표 허용 마지막날인 5월 28일 발표한 뉴시스의 예측조사와 실제 투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비교하면 대략적인 투표율의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이 조사에서 한명숙 후보는 20대로부터 38.1%와 30대로부터 38.6%로 비슷한 지지율을 받았다. 실제 출구조사에서는 30대가 64%, 20대가 57%의 지지율을 기록, 30대의 경우는 2배 가까이 차이나 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이 이번 선거에서 기존의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로 젊은 층의 투표율 열기를 꼽는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30대의 투표율이 크게 상승했을 거라 짐작해볼 일이다. 즉 야당을 지지하는 30대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면서, 기존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았던 결과가 나온 것이다.

    30대의 투표율 증가는 20대와 비교해서 또 다른 큰 특징을 보인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물론 친노좌파 매체에서는 대대적인 20대 투표 캠페인을 벌였다.
    유시민, 한명숙, 송영길 후보는 자신의 지역의 대학가를 누비고 다녔다. 또한 이미 지자체 선거 기간 이전인 올 2월에 한국청년연대 등 각종 청년조직에서 20대들의 투표율을 88%까지 올리겠다는 88%세대 운동본부도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 대학가에는 각종 정치사회 단체 조직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20대의 투표율은 조직과 언론의 힘으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30대는 친노좌파 언론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했었고, 나이의 특성 상 자신의 직장에서 실무를 맡을 수밖에 없어 외부 조직 활동을 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특별히 30대 혹은 20대와 30대를 포괄하는 청년조직의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들은 대거 투표장에 나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30대의 적극 지지자 한 명은 정치에 관심없는 투표층 10표를 만들어낸다

    선거 당일, 친노좌파 세력의 인터넷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웹진 서프라이즈 등에서는 무수한 투표 독려 글이 올라왔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사실 상 처음으로 선거운동의 매체 수단으로 활용된 트위터에는 자신이 투표를 하고 나온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라는 투표인증샷이 봇물을 이루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 독려에 나선 젊은층들은 아예 저녁 6시 정도에 번개모임을 제안한 뒤, 투표용지를 가져오면 술을 사겠다는 층도 있었다. 선거 당일 12시 전까지는 지난 2006년 지자체 선거의 투표율보다 약간 낮은 지지율을 보이다, 오후 2시 이후에 투표율이 급증하며 55%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오후에 젊은층이 인터넷, 문자, 트위터 등 뉴미디어, 번개 등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투표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까지 트위터에서 적극적 투표 독려 운동을 벌인 세대가 20대인지 30대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이런 방식의 투표 운동이라면 굳이 조직이 없어도 가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즉 30대가 언론의 관심이나 조직활동 없이도, 사적 네트워크와 뉴미디어를 통해 그들만의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트위터에는 “정치에 아무 관심없는 내 친구들을 닦달하여 투표 용지 가져오면 술을 사주겠다 해서 10표 이상을 만들었다”는 등의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만약 30대들이 이런 식의 투표행위를 하고 있었다면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는 일체 잡힐 수 없는 무수한 표를 만들어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ARS 등 전화조사 등 여론조사에는 응하지 않은 정치 무관심층이 주위 친구들의 성화 혹은 부탁에 표를 주게 되니, 당연히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투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어뢰를 쏜 이후에도 철저히 감추어져있는 30대

    조직도 없고, 세대를 이끌어나가는 리더도 없는 30대에서 여당이 무려 35%를 졌다면, 이를 30대의 반란 혹은 투표혁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여론조사에 제대로 잡히지 않고, 조직도 리더도 없으니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90년대 20대 시절 신세대 신드롬에 비행기를 타다, IMF 이후, 사실 상 사회의 공적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현재의 30대는 조용히 여당과 웰빙파들에 여론조사라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어뢰를 한방 쏜 셈이다. 그리고 “어뢰를 누가 쐈냐”고 따져묻는 분석 논란에서도 30대는 철저히 감추어져있는 것이다. / 변희재bignews@bi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