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메세나협회 제12대 회장 선출 "예술지원 매칭펀드 정부 예산 늘려야"
  • ▲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한국메세나협회
    ▲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한국메세나협회
    "고객이 없는 기업은 없습니다. 모든 고객이 행복해야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죠.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문화예술은 이제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예요. 메세나 활동은 단순히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한국메세나협회(이하 협회) 제12대 회장으로 취임한 윤영달(79)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은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임 회장들이 훌륭하게 기반을 닦아놓은 협회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과 문화예술을 끈끈하게 연결시켜 연대를 강화하겠다. 특정 분야를 선택해서 깊은 연관 관계를 맺어야 한다. 만약 연극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어줄 것"이라며 "예술가들의 발상과 아이디어에 깜짝 놀란다. 일단 예술가들을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세나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경쟁력에 기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경제와 예술의 균형 발전을 목표로 1994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2024년 2월 기준 215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올해부터 3년간 협회를 이끄는 윤 회장은 20년 넘게 음악은 국악, 미술에선 조각, 문학은 시(時)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지원이 취약한 분야다. 그는 "예술 장르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통 음악의 활성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윤 회장은 국악 애호가로 유명하다. '우리 소리'의 독창성을 구체화하고자 국악(國樂)을 대신해 '한국 음악'의 줄임말인 '한음(韓音)'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을 정도다. 한음 영재들을 발굴하기 위한 '영재한음회', 지리적·경제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아동들과 함께하는 '한음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 ▲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한국메세나협회
    ▲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한국메세나협회
    2004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창신제(創新祭)'는 국내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전통음악 공연 중 최대 규모다. 남산한옥마을에 위치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은 2017년 크라운해태제과의 후원으로 노후 설비를 교체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국내 최초의 민간 국악관현악단인 '락음국악단'을 창단했으며, 최고의 국악 명인들로 구성된 '양주 풍류악회'를 결성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이날 윤 회장은 판소리 단가 '사철가'의 한 소절을 부르는 등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최근 가수 비비(BIBI)가 부른 '밤양갱'을 언급하며 "노래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 문화예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예술 사랑은 '아트 경영'으로 이어졌다. 임직원의 AQ(Artistic Quotient, 예술가적 지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내 예술 강연·공연은 물론 세계 유명 아트페어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임직원들은 판소리, 조각, 시, 건축, 유리 공예 등 갖가지 장르에서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그는 "기업의 1차 고객은 직원이고, 다음이 거래처다. 직원들이 영업점 점주들과 가족을 공연에 초청한다. 그들이 즐겁게 관람한 뒤 매대에 과자 하나라도 더 진열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많은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바뀌었다. 시와 조각을 통해 예술적 안목을 키우고 좋은 신제품까지 만드는 것을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직원이 행복하니 기업 성과도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조각에도 조예가 깊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대에 100만평에 달하는 크라운제과 연수원 부지를 복합문화공간 '송추 아트밸리'로 조성했다. 갤러리와 야외 전시장은 물론 입주 조각 작가를 위한 스튜디오까지 마련했다. 그는 조각을 지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과자도 조형 예술의 결과물"이라고 답했다.

    협회의 주요사업 중 하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이다. 기업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문예진흥기금을 추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누적 매칭 건수는 1937건으로, 약 527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은 2021년 대비 약 24% 축소되며 30억 규모다.

    윤 회장은 "매칭펀드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업으로 정부기금 투입 대비 기업지원금이 3배 이상 지원됐고, 이는 사회적 효과를 감안할 때 100배, 1000배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며 "예술 발전을 위한 메가톤급 효과를 지닌 매칭펀드 예산 증액이 시급한 사항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