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13일에도 일정 비우고 잠행… 불출마·사퇴 놓고 고심 중 윤재옥 원대대표가 당분간 대표직무대행 → 비대위 띄우는 시나리오비대위원장 후보로 한동훈·원희룡·김병준·김한길·안대희 거론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종현 기자
    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여파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김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을 경우 여권 총선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을 언급하며 역할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기현 사퇴하면 직무대행·비대위 갈림길

    김 대표는 13일에도 일정을 비우고 서울 모처에서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총선 불출마 또는 대표직 사퇴 후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출마 중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김 대표는 12일 밤 늦게까지 서울 성동구 자택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총선에 불출마하는 대신 대표직을 유지하며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당 안팎에서는 사퇴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부로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총선을 이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윤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관한 최종 의결권은 선대위가 아닌 지도부가 갖는다. 김 대표만 떠난 채 최고위를 유지하면 혁신 의지 자체가 퇴색할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 대표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의결권이 최고위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김기현이라는 간판은 바뀌어도 내부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26조에 따르면, 당 대표의 궐위 또는 기타의 사유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할 때는 2년인 당 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원내대표가 직을 승계한다.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하도록 돼 있다.

    지난 3월8일 당선된 김 대표의 임기는 6개월 이상 남았지만,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전당대회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나 최고위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할 경우 당 대표권한대행이 비대위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도체제 변화로 혁신 의지 강조할 듯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당분간 대표직무대행을 맡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한동훈·원희룡 장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자천타천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중 이른바 '스타 장관'인 한동훈·원희룡 장관의 역할론이 대두하고 있다. 김 대표 체제로 가는 방향으로 굳어졌을 때도 원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계양을 등 험지 출마, 한 장관은 비례대표 순번을 받은 후 전국선거 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국민의힘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된 바 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김건희·대장동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비대위 카드가 모든 이슈를 무력화하는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변화하면 (비대위원 선임 등) 보름 정도 시간을 허비해 물리적으로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있는데, 반대로 비대위를 띄우면서 보름 정도의 뉴스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다"며 "비대위로 가면 국민의힘이 연말 연초에 모든 뉴스를 빨아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동훈·원희룡 비대위와 관련해서도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처럼 국민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재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비대위로 간다면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분, 예를 들면 인요한 전 위원장 같은 분이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와 합리적인 진보까지 아우를 수 있는 팀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당 입장에서는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