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준 서울 관내 중·고등학교 70% 상벌점제 통해 학생 생활 통제정지웅 서울시의원 "기성세대들의 막연한 환상에 기반한 구시대적 악습"
  •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지웅 의원.ⓒ정지웅 의원실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지웅 의원.ⓒ정지웅 의원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등교하거나, 택시를 이용해 등교하면 벌점을 부과하는 등 여전히 서울 관내 학교들 사이에서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다분한 학생 상벌점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지웅 의원은 9일 열린 제315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현재 학생 상벌점제를 운영 중인 서울 관내 중·고등학교들이 학생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벌점 조항들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총 711곳의 중·고등학교 중 502곳(70.6%)이 아직도 학생 상벌점제를 통해 학생 생활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의원은 "그동안 시의회로부터 수차례 학생 상벌점제에 대한 인권침해 요소가 지적된 바 있고, 교육청 역시 올해 3월 용의복장 규정 등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학내 벌점 조항들을 모두 삭제했다고 발표했다"며 "그러나 현 시점 기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는 벌점 조항들이 상당수의 학교 내에서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 사립 A여고의 경우 이어폰을 꽂고 등교하거나, 택시를 이용해 등교하는 학생들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는 조항을 운영 중인 것을 발견했는데, 대체 해당 조항을 통해 어떤 계도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B고등학교의 경우 이성간 팔짱만 껴도 벌점을 부과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심지어 동성애 행위가 적발된 학생도 벌점대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평소 성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기조와도 상당한 괴리가 있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0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의 파마와 염색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하는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정 의원에 따르면 현재 학생 상벌점제를 유지 중인 서울 관내 대부분의 학교들이 교칙으로 두발 및 머리 염색을 제한하고 있다.

    "경쟁하듯 폭로하는 상점 시스템, 교육적으로 합당한 조치인가"

    정 의원은 "벌점뿐 아니라 상점 조항 역시 문제가 있다"며 "대표적으로 다수의 학교들이 운영 중인 학교폭력, 음주, 흡연 등 동료 학생들의 비행 행위를 신고 시 상점을 받게 되는 규정인데, 학생들끼리 서로 간의 잘못을 경쟁하듯이 폭로해 상점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 과연 교육적으로 합당한 조치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학생 상벌점제를 통해 개개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생활을 통제함으로서 교내 학생들의 탈선을 예방하고, 학업 성취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는 발상 자체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상벌점제가 "기성세대들의 막연한 환상에 기반한 구시대적 악습"이라고 일갈하며 향후 서울시교육청은 인권침해 요소가 명백한 벌점 조항을 유지 중인 학교들에 대해 특별 컨설팅을 실시해 해당 교칙들을 빠르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