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인인증서 폐지… 카카오·네이버·이동통신 3사 인증으로 전환카카오 먹통 되자… 재난 신고용 안전신문고, 전자정부 국민비서 구삐 불통코로나 백신 조회도 안 돼… 전시 긴급동원훈련 통지는 문자메시지로 전환
  • ▲ 국민비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카오톡 먹통 관련 공지. ⓒ국민비서 홈페이지 갈무리
    ▲ 국민비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카오톡 먹통 관련 공지. ⓒ국민비서 홈페이지 갈무리
    성남시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5000만 명의 이용자를 자랑하며 '준공공재'로 자리잡은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주말 내내 먹통이 됐다.

    정부와 여야는 일제히 주요 시설을 이원화하지 않은 채 서버 관리와 재난 복구 대응에 허술했던 카카오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데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마저 카카오와 연계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관리에 미흡했던 정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계열사를 136개나 둔 거대 플랫폼기업으로 자리잡으며 택시 호출, 가상화폐 거래, 본인인증, 결제 서비스, 급기야 정부 민원 서비스와 연계해 몸집을 키워 국민 일상 곳곳에 침투했다.

    이에 이번 '카카오톡 먹통'사태는 화재로 시작했지만, 각종 서비스에 차질을 빚으며 전 국민 '올스톱' 사태가 벌어지게 됐고, 국가적 재난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문제는 각종 비상상황에서도 정상운영이 가능해야 할 정부 서비스도 속수무책으로 마비됐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안전신문고' 앱은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안전신문고는 재난 또는 그밖의 사고·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위험 상황을 신고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의 위치를 이용해 민원 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카카오지도 서비스와 연동돼 아예 신고 자체가 어려웠다.

    이에 해당 앱에는 "카카오톡, 지도, 위치연동, 메시지 발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해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의 신고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법주차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어 신고하려고 했지만, 카카오 지도 기반이라 서비스가 안 된다며 온전히 혼자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이럴 땐 어디에 신고해야 되는 거냐"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전자정부인 '국민비서 구삐'는 개인별 생활밀착정보를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다. 그러나 '구삐'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카카오톡 장애로 인해 알림을 다른 채널로 대체발송한다"고 공지했다.

    '구삐'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돌파해 국민 4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공공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구삐 이용자 중 25%는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전달받고 있어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백신 예약 서비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카카오는 질병관리청과 연계해 잔여 백신 당일 예약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카카오 먹통대란으로 인해 예약이 어려웠던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5월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통해 코로나 백신 잔여분을 조회 및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들은 카카오맵을 통해 접종기관 위치와 잔여 백신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백신 예약 안내를 카카오톡으로 전달받는다.

    피해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으로도 이어졌다. 경상남도 충무훈련의 '모바일 전시 임무고시훈련'의 통지 방식이 카카오톡 알림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방식으로 전환됐다.

    모바일 전시 임무고지훈련은 전시 긴급동원 발령 상황을 가정해 긴급동원 대상자에게 모바일로 긴급동원 대상자임을 알리고 전시 임무와 동원 절차를 전파하는 훈련으로, 실제 동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대상자에게 절차를 숙달시킨다.

    이처럼 정부는 각종 서비스를 사기업에 의존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정부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사기업 의존의 시작은 문재인정부의 '공인인증서' 폐기가 야기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8월27일부터 정부가 보증 주체가 되고 몇몇 기업이 대행해 '공인'된 인증서를 발급하던 '공인인증서' 폐지를 본격화했다.

    이후 2020년 5월20일에는 공인인증서 도입 20년 만에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고, 같은 해 6월2일 국무회의에서도 의결돼 12월10일 공인인증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민간인증서 시대가 개막했다. 

    공인인증서가 사라지자 민간기업이 앞다퉈 민간인증서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것이 카카오 인증, 네이버 인증, 이동통신사 3사 인증 등이다.

    인증서 발급까지 5분이 채 되지 않는 민간인증서의 간편함에 이용자 증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에 정부는 편리성과 접근성을 이유로 정부 서비스를 민간기업과 연계해 제공했다. 

    그러나 이번 '카카오 먹통'사태로 '탈 공인인증서' 이후 정부의 재난 대응과 관련해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윤석열정부에 들어서도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핵심 국정과제로 꼽으며, 정부의 모든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정보를 제공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카카오와 네이버 등 민간기업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민간 플랫폼에서 정부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이번 '카카오 먹통사태'를 겪으며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가안보실에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미비점 보완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7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조만간 사이버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며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국가정보원·대검찰청·경찰청·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의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서 "(카카오는)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향후 국민 불편이 없도록 대응하겠다"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