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책실패' 사과 후, 국토부 '규제→공급 확대' 급전환… "타이밍 놓쳐 효과 낮을 것"
  • ▲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주택 공급확대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잠실 5단지의 모습. ⓒ권창회 기자
    ▲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주택 공급확대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잠실 5단지의 모습. ⓒ권창회 기자
    부동산정책에는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맞춰 설 연휴 이전까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정책전환 시기가 늦어 부동산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신년사 이후 정부가 부동산 정책기조 전환을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정책 실패를 사과한 이후 정부가 주택 규제가 아닌 공급 확대 방안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신년사에서 사과하고 '주택 공급' 약속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1년 전과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부동산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 부동산시장은 상당히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 이후 여러 정부 부처는 발을 맞춰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우선 오는 15일 열리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하며, 국토교통부는 오는 설 연휴 이전에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토부, 설 연휴 이전 공급 확대 방안 발표 

    국토부는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을 내세워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연립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 고밀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혼합하는 방식의 공급대책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역세권에 집중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도 논의 중이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지역에 주거지역을 편입하고,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700%까지 올려 고밀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기조를 주택 공급 확대로 전환했음에도 부동산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택 공급을 늘린다 해도 부동산가격이 크게 올라 예전의 가격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도심 아파트값, 2016년에 비해 89.7% 상승

    실제로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도심 아파트값은 1평(3.3㎡)당 7254만7162원이었다. 전 세계 522개 국가 중 가장 비싼 홍콩(1억1696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다.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 연말(3824만6677원)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올랐다. 수치로는 약 89.7% 올랐다. 

    전셋값도 5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2019과 비교해 4.61% 올랐다. 이는 2015년 4.85% 이후 5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집값이 뛰어도 너무 뛰었기 때문에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월세·전세·매매 구분할 것 없이 주거형태의 전반적인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재난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데, 이미 시기적으로 타이밍을 놓친 지 오래"라며 "뒤늦게 공급을 확대해봤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도 계획을 세우고 공기를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실질적인 공급이 이뤄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가격 안정은 없을 것"이라면서 "규제도 더 완화하고,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