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리아, 아프리카 등 53개국 공동문서… '신장위구르 탄압' 中 정책에도 지지 표명
  • ▲ 푸른색이 '홍콩 보안법 지지'국가, 노란색이 '홍콩 보안법 반대' 국가다.ⓒAxios
    ▲ 푸른색이 '홍콩 보안법 지지'국가, 노란색이 '홍콩 보안법 반대' 국가다.ⓒAxios
    세계보건기구(WHO)에 이어 유엔인권이사회마저 중국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지한다는 공동 성명이 제44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돼서다. 

    이 지지 성명은 인권이사회가 공식 채택한 것이 아니라, 쿠바 대표가 53개 국가 공동명의로 작성한 문서를 읽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와 관영매체들은 이를 두고 '유엔 회원국들이 중국을 지지했다'며 방어에 나섰다. 이어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에 대한 지지 성명까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되며, 인권이사회가 중국의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인권이사회 자리에서 '홍콩 보안법 지지' 공동 성명... 53개국 동참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지난 1일 "쿠바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53개국을 대표해 홍콩 보안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 홍콩 보안법 지지 성명에 명단을 올린 국가는 총 53개국으로, 보안법 반대를 선언한 27개국보다 많은 숫자다.

    쿠바 대표가 낭독한 성명은 "주권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은 유엔 헌장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이라며 "모든 국가가 입법권을 통해 자국 안보를 지킬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표현에 따른다면, 유엔인권이사회가 매년 채택하고 있는 북한 인권결의안 역시 내정간섭이 된다.

    성명은 이어 "새로운 법(홍콩 보안법)이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며 "우리는 관계국들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목적으로 홍콩 문제를 활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53개 국가는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인프라 투자를 받은 아프리카·남미·아시아 저개발국들이다. 북한·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 등 민주주의와 인권과는 거리가 먼 나라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 나라 명단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는데, 2일(현지시각)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Axios)가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그림 참조>

    지난 1일(현지시각)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신장 위구르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도 지지 성명이 발표됐다. 성명은 "지난 3년간 신장에서는 단 한 건의 테러도 없었다"며 "신장에서는 안전과 안정성이 회복됐다. 신장에 있는 모든 민족들의 인권은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성명 역시 중국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으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신장 문제를 빌미로 중국을 먹칠하려는 서방국가의 시도가 재차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인권이사회 자리에서 홍콩 보안법 지지 성명이 발표된 데 대해 '악시오스'는 중국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매체는 키스 하퍼 전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대사의 말을 인용해 "국가들의 성명은 종종 미국과 중국간 전투의 장으로 활용된다"며 "보안법을 지지한 나라에는 중국의 믿을 수 없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퍼 전 대사는 이어 "미국이 거의 모든 국제기구에서 손을 뗀 이후 중국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자리를 물려받고 싶어 한다. 그게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6월 "유엔인권이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인권 침해자를 보호했다"며 이사회를 탈퇴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줄리언 브레이스웨이트 주제네바 영국대표부 대사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탄압 등 중국의 반인권적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홍콩인들과 홍콩의 입법·사법부의 참여 없이 홍콩 보안법을 만드는 것은 '일국양제'를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과 홍콩 정부가 이 법의 시행을 재고해 홍콩인들이 수년간 누려온 권리와 자유의 침식을 막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27개국이 동참했다. 한국 외교부는 "제반 사항을 고려해 공동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콩 보안법 규탄 선언 국가 명단
    (오세아니아) 호주, 뉴질랜드, 마샬 제도, 팔라우
    (유럽) 스웨덴, 스위스, 영국, 벨기에, 덴마크,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독일, 라트비아, 리히텐슈타인,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메리카/아시아) 캐나다, 벨리즈, 일본

    *홍콩 보안법 지지 선언 국가 명단
    (유럽) 벨라루스
    (오세아니아) 파푸아뉴기니
    (아프리카) 부룬디,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코모로, 콩고공화국,  지부티,  이집트,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가봉,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레소토, 마우리타니아, 모로코, 모잠비크, 니카라과, 니제르,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토고, 잠비아, 짐바브웨.
    (아시아) 중국, 북한,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이라크, 미얀마, 네팔, 쿠웨이트, 라오스, 레바논, 캄보디아, 오만, 스리랑카, 시리아, 타지키스탄, 예멘
    (아메리카) 바레인, 베네수엘라, 쿠바, 앤티가바부다, 도미니카, 수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