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양승함·조동근 교수, 홍세욱 변호사, 박상헌 평론가 본지 인터뷰…"철 지난 마르크스주의" 비판
  • ▲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개헌에 대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개헌에 대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불필요한 개헌 논란으로 국력을 소진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 인사들의 개헌 발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개헌 주장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불필요한 개헌 논란으로 국력을 소진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여권 인사들의 개헌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개헌 논란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1대 국회의 새로운 지도부가 이끌어나가게 하려는 포석으로 바라본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대선정국으로 흘러갈 2021년 상반기 전에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헌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며 "이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이를 주도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생각하는 개헌은 이전에 문재인 정부가 제출했던 개헌안을 기본적 방향으로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정부 발의 개헌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개헌안은 '토지공개념'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출한 개헌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후 잠잠하던 개헌 관련 발언이 총선 전후로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이 원내대표는 토지공개념과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골자로 하는 총선 후 개헌을 언급했다. 총선 직후에는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꼭 필요하다"며 권력구조 개헌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으로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용선 당선자가 "빠른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도 총선 직후 "국민 지지는 현 정권 초기의 개헌 논의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여당 인사들의 개헌 관련 발언의 의미와 방향은 무엇일까? 다음은 전문가 4인이 밝힌 민주당식 개헌 분석이다.

    ▲양승함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87년 체제가 낡아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은 권력구조와 새로운 미래가치를 위한 것이여야 한다. 이미 우리 헌법에 명시된 경제분야 조항들은 사회주의와 유사하고, 그런 것들이 배경이 된 조항이 많다. 우리 국민이 형평성을 좋아하고 또 그런 게 많이 먹혀든다. 

    그러나 이 정부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지나치게 많이 나갔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좌클릭 할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옛날 운동권의 생각을 그나마 완화해 그렇게 하자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이런 이념들이 개헌 논의에 들어오는 순간 이 자체가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근본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밀어붙일 것이다. 2022년 전반기에 대선이 있고 민주당은 현재 대선 승리도 낙관할 것이다. 여당 인사들이 생각하는 이 '현재의 입장'은 매우 일시적이고 인위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민주당이 총선에 압승했으니 스스로 '좌향좌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역풍이 불 것이다. 지금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우한코로나가 가져다준 것이다. 제발 국가를 위한 장기적 안목으로 근본 체제를 생각해 철저한 논의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민주당 지도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토지공개념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발언을 해왔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헌법은 자유와 창의의 배경 아래 형평을 다루면 된다. 헌법이라는 것은 세계적 공감이 있는 철학적 족보를 가져야 한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적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우리나라와 북한 빼놓고는 자유를 확대하고 시장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려고 한다. 여태 논의 됐던 것이 최소한의 토지공개념이라고 본다면, 이 개념이 헌법에 적시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말이 안 된다. 동일노동이라는 것은 누가 판단할 수 있나? 관료가 동일노동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나. 정치인이 법에 새길 것인가? 동일노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시장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철 지난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꺼내드는 것일 뿐이다. 국민이 알게 모르게 사회주의로 서서히 끌려가는 것이다. 민주당이 세상을 다 가진 듯 개헌을 이야기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경제가 곧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다. 우한코로나로 일자리 관련 목소리가 잠시 사그라 들었지만 곧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질 것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공공일자리만 바라볼 것인가?"

    ▲홍세욱 변호사

    "2018년 정부가 주도한 개헌 논의가 이미 있었고, 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 각종 사회주의 색채를 띤 문구를 도입하려 할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예로 들면, 이것이 헌법에 들어갈 경우 일반적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이것이 헌법에 기재되는 순간, 국유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인사들 중에는 재벌 해체, 토지 국유화를 주장하는 인사도 있다. 의심스러운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노동문제도 그렇다. 노동권리와 같은 것에 사회주의 개념을 도입하면 경영자들의 권리가 축소되고 나중에 큰 틀에서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성역이 돼버린다. 자유시장을 헌법으로 채택한 하에 제도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구비된다면 모르지만, 헌법에 명시되는 순간 체제가 바뀌는 것이다. 

    민주당은 분명히 자유시장체제는 유지하고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헌법상 권리로 명시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주장하면 어떠한 논쟁과 토론도 없어질 것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사회주의로 흘러갈 우려가 매우 크다."

    ▲박상헌 정치평론가

    "민주당 인사들의 잇따른 개헌 발언은 그야말로 총선 압승으로 인한 과잉자신감이라고 본다.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토지공개념과 같은 이념적 논쟁은 국론을 두 개로 분열시키는 가장 좋은 것이다. 

    이념적 이슈 외에도 개헌은 근본적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가져와야 하고, 차기의 임기까지 걸린 중대사다.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가 과연 민주당이 정국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을 달가워할지 의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에 가서 개헌 이야기를 했다가 한 방에 가버렸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 임기가 남아있는데 개헌 이야기는 그 자체가 레임덕이다. 

    토지공개념 하나가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 하나 때문에 개헌을 할 수 도 없고, 개헌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목소리다. 지금과 같은 개헌 논의는 오히려 집권당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