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략비축유 방출 승인”…'경기침체' 대한민국, 유가인상 후폭풍까지 겹치나
  • ▲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브의 아람코 정유시설 위성사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브의 아람코 정유시설 위성사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예멘 후티반군이 지난 14일 오전 4시쯤(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정유시설 2곳에 드론 자폭공격을 자행했다. 이 사건의 후폭풍으로 16일 주요 현물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세계 3대 원유 가격이 폭등했다. 해외 언론은 석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드론 공격, 세계 유가 흔들어

    후티반군은 10대의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아브카이브 정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내무부는 수 시간 뒤 국영 SPA통신을 통해 “화재는 모두 진화했다”면서도 “하지만 완전한 시설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1일 석유 생산량이 570만 배럴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AP통신과 프랑스 AFP통신 등은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람코 시설 가동 중단으로 줄어드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5%에 달하는 양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아람코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급등할 수 있다”는 세계 에너지 상품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했다. 16일 세계 상품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이 주장은 현실이 됐다. 북해 브랜트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15% 이상 폭등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량 가운데 80%가량을 수입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에너지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 ▲ 블룸버그 통신의 16일자 주요 원유가격 및 석유정제상품 거래가. 사우디와 IEA 발표,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소식 이후 안정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통신 에너지 섹션 캡쳐.
    ▲ 블룸버그 통신의 16일자 주요 원유가격 및 석유정제상품 거래가. 사우디와 IEA 발표,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소식 이후 안정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통신 에너지 섹션 캡쳐.
    유가 급등하자 트럼프 “전략 비축유 방출 승인”

    아람코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직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세계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미국은 중대한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견해를 밝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아람코 시설이 가동 중단된다고 해도 세계 각국에 원유를 비축한 것이 있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자국 내에는 물론 유럽과 일본·이집트 등에 있는 원유비축시설에도 적지 않은 원유를 비축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성명을 내고 “현재 석유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원유시장에서의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과 무관하게 시장의 불안심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면서 “필요할 경우 시장 공급이 원활해질 정도로 충분한 양을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유엔총회의 화두 ‘호르무즈해협’과 ‘아람코 피격’

    사우디아라비아와 IEA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섬으로써 시장이 안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하지만 후티반군이 아람코의 핵심 시설 공격은 9월 하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함께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 피격당한 유조선.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 피격당한 유조선.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5~7월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민간 유조선들이 피격당했다. 이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군 무인정찰기 1대를 격추했다. 미군 또한 이란의 드론을 격추했다. 이후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통행 안전을 보장할 다국적 호위연합체를 결성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금까지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에 참가 의사를 밝힌 나라는 몇 안 된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석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중국·일본·한국 아니냐”며 참가를 종용했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시설이 후티반군에 공격받았고, 미국은 이란을 이들의 배후로 지목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은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아람코 피격사건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9월 하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