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에너맥스'가 北석탄 구매"... 한국 정부·에너맥스 측 "거래한 적 없다"
  • ▲ 지난해 7월 포항 신항으로 들어온 북한산 석탄과 화물선 진룽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7월 포항 신항으로 들어온 북한산 석탄과 화물선 진룽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내놓은 연례 보고서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산 석탄을 실은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는데, 여기에 한국, 홍콩 업체와 인도네시아인 브로커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5일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와이즈 어네스트’호에는 북한산 석탄 2만5500톤, 299만 달러(한화 약 34억 원) 어치가 실려 있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을 환적한 뒤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업체는 홍콩의 ‘노바 인터내셔널 무역’, 최종 목적지는 한국, 수령인은 ‘에너맥스’라는 업체였다. 판매자로 지목된 홍콩 ‘노바 인터내셔널 무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들에게 “우리는 이 계약에 대해 모른다”고 이미 해명을 했다.

    韓 에너맥스 “우리는 북한산 석탄 구매한 적 없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산 석탄 구매자로 지목된 ‘에너맥스’의 이 모 대표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에너맥스’ 측은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의 무역 브로커로부터 인도네시아산 석탄을 거래하자는 제안을 받은 뒤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후 석탄 납품일이 지켜지지 않아 거래를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에너맥스’ 측은 석탄을 팔겠다는 인도네시아 브로커가 아니라 홍콩 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 “브로커의 요구에 응한 것 뿐”이라며 브로커가 세금 절감을 위해 홍콩 업체를 이용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에너맥스’ 측은 “환적 이야기가 나와 이상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설마 인도네시아에 북한 석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맥스’ 측이 말한 인도네시아 브로커는 ‘하미드 알리’다. 이 북한산 석탄을 인도네시아 산으로 속여 한국에 수출하려 한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하지만 ‘하미드 알리’는 지난해 12월 19일 유엔 전문가 패널에 이메일을 보내 ‘에너맥스’ 측과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고 한다.
  •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전 중국 수출을 위해 나진항에 쌓아놓은 북한산 석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전 중국 수출을 위해 나진항에 쌓아놓은 북한산 석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미드 알리’는 ‘에너맥스’와 ‘노바 인터내셔널 무역’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 정성호로부터 러시아산 석탄 판매에 대한 중개를 요청받았다. 이후 ‘에코 세티아모코’라는 사람을 소개했고, 정성호는 석탄 환적 비용으로 76만 달러(한화 약 8억6500만 원)를 지불했다. 석탄을 구입하기로 한 곳은 한국이나 홍콩이 아닌 제3국이었다.

    그런데 정성호가 ‘하미드 알리’나 ‘에코 세티아모코’ 측과의 판매 계약이나 환적 관련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인도네시아로 보내 결국 억류됐다고 한다. 이후 ‘에코 세티아모코’가 선박과 석탄 억류를 풀기 위해 노력할 때 “그 석탄은 내가 산 것”이라며 한국 ‘에너맥스’ 측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하미드 알리’는 “그러면서 ‘에너맥스’ 측은 환적을 빨리 마친 뒤 배를 한국 포항으로 보내달라고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포항에서 석탄 하역이 가능한 곳은 북부 신항이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 반입으로 논란이 됐던, 바로 그곳이다.

    인니 ‘하미드 알리’ “북한인 정성호가 ‘러시아 석탄 수출’ 요청했다”

    이런 ‘하미드 알리’의 주장에 ‘에너맥스’는 재반박했다. 이 사건이 터진 뒤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물론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이를 통해 “북한산 석탄을 실제로는 거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한국 정부 역시 문제의 석탄은 한국으로 반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며 “에너맥스를 통해 북한산 석탄이 수입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앞으로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상품 거래에 관여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는 외교부의 말을 소개했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 포항 반입보다 더 이전에 일어난 이 사건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일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관은 현지 정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고, 이 요청이 처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 ‘에너맥스’와 홍콩 ‘노바 인터내셔널 무역’, 인도네시아의 ‘하미드 알리’ 간 주장이 전혀 다르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원산지를 조작해 수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은 향후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