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시·자치구가 769억 분담 예정… 조희연 "'국가급식'으로 가야" 예산 떠넘기기 시사
  • ▲ 21일 서울시청에서 '고교 친환경 학교급식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에서 5번째) 및 25개 자치구 등은 내년 고교 3학년 무상급식 시행을 전면 합의했다. ⓒ뉴데일리 DB
    ▲ 21일 서울시청에서 '고교 친환경 학교급식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에서 5번째) 및 25개 자치구 등은 내년 고교 3학년 무상급식 시행을 전면 합의했다. ⓒ뉴데일리 DB
    내년부터 서울시 전체 319개 고등학교에서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시행된다. 21일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부터 시내 고교 3학년 학생 8만4,700명이 무상급식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고3 전면 무상급식에 추정되는 예산만 769억원, 국·사립초와 국제중을 합한 전체 예산은 943억원이다.

    또 시교육청은 무상급식에 대해 2020년과 2021에는 각각 고교 2학년, 고교 1학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부에 무상급식의 국가적 지원을 에둘러 요구했다. 교육청이 예산 등 현실적 이유로 각 자치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 "무상급식 예산, 국가적 수준에서 해결해야"

    조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교 친환경 학교급식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고교 무상급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과정에서, 국가적인 급식법을 제정해 예산 문제도 국가적 수준에서 해결할 때가 됐다"며 "초중고까지 '친환경 무상 국가급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3 대상 무상급식은 9개 자치구에서 시범 운영하다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불과 1달 사이에 25개 자치구가 무상급식에 동참할 뜻을 밝히며 내년 서울 고3 전체 무상급식이 성사됐다. 이날 조 교육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신원철 서울시의회장 등 25개 구청장은 이같은 무상급식 시행을 합의했다.

    조 교육감과 박 시장은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라며 고3 무상급식 25개 자치구 전면 확대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원님들의 적극적 지원과, 어려운 자치구 재정상황에서도 보편적 복지에 대해 공감해주신 25개 구청장님들의 적극적 협조로 서울시교육청은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 시장도 "(무상급식의) 모든 자치구 확산까지는 1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많은 분들의 고민과 결단에 가속도가 붙어 이뤄지게 됐다"며 "자치구마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그 사정을 뒤로 하고 아이들 건강을 위해 애를 써준 구청장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무상급식은 이제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고등학교 등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소요액 현황. ⓒ서울시교육청
    ▲ 고등학교 등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소요액 현황. ⓒ서울시교육청
    2019년 '943억'→ 2020년 '1,582억'→ 2021년 '2,209억'

    무상급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확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고3 친환경 학교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은 769억원이다. 교육청이 385억원, 서울시가 230억원, 각 자치구가 154억원을 분담한다. 국·사립초(168억원)와 국제중(4억5천만원)에 들어가는 예산을 합한 2019년 무상급식 소요액 총계는 943억이다. 이 예산은 고교 2·1학년생이 무상급식 대상으로 확대되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582억원, 2,209억원으로 불어난다.

    정부 출범 이후 해마다 급격히 오르고 있는 인건비와 물가를 감안하면 추정 예산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각 자치구의 경우 내년엔 고3을 대상으로 154억원만 부담(국·사립초 및 국제중 합산 시 189억원)하지만, 2020년엔 316억, 2021년엔 442억을 부담하게 된다.

    조 교육감이 무상급식에 대해 '국가적 수준 해결'을 언급한 것도 예산 확보에 대한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내년 무상급식은) 19년도 예산으로 시행하고, 20년부터는 윗선에서 정부와 함께 협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과 박 시장의 염원인 '서울 초중고 무상급식'으로 범위가 확대될 경우, 추정되는 연간 소요 예산은 7천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1년 각 기관이 합의한 재원 분담률은 교육청 50%, 서울시 30%, 자치구 20%다. 초중고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각 자치구가 지출해야 하는 예산은 산술적으로 총 1천400억으로, 서울 고3만 시행할 때와 비교해 9배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자치구마다 재정자립도가 다르고 구민 예산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무상급식에 수억원의 예산을 내놓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아래(자치구)에서 하자는 의견이 나오면 위(서울시)에서 논의하고 시행해야지, 먼저 시청와 교육청이 나서서 자치구에 정책을 하달하는 것은 자치분권 시대와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정책을 펼치더라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해야 한다"며 "교육감이 '국가 부담'을 언급한 논리는 '무상급식'의 좋은 뜻은 교육감이 선점하고,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예산 책임'은 정부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