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겨래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질문 받고 답변했다.

     -남북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다만 현 정부는 지나치게 대화 쪽으로만 간다. 평화가 결국 우리가 잘 살기 위한 것이어서, 미래 전략도 함께 나와야 한다.”

     ―반공 보수 세력이 자유한국당에 많다.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저 사람들(북한)은 속일 것이다’ ‘우리를 이렇게 할 것이다’ 등 불신과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질서가 변하는 만큼 우리의 사고 체계도 변해야 한다.


     김병준 위원장 발언의 자구(字句) 하나하나를 떼어내 지지고 볶고 하는 건 진실 발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건 피차가 자칫 말장난으로 흐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말장난엔 끝이 없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면 상대방은 저렇게 피해가거나 반박할 것이고. 나 역시 상대방의 말을 얼마든지 피해가고 반박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은 그런 방식보다는, 총체적으로 해석하고 진단하는 게 더 적실(適實)할 것 같다.

     결론부터 앞세워, 김병준 위원장은 앞으로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외교-안보-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이른바 ‘반공 보수 세력’으로 지목되거나 자임하는 사람들과는 충돌하겠음을 선언한 셈이다. 그는 ‘반공 보수 세력’이란 ‘평화체제 구축에 지나치게 비판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지나치게 비판하지 않고 적당히 비판하는 건 괜찮다는 뜻인 모양인데, 무엇이 지나친 것이고 무엇이 적당한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평화체제 구축’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판문점 회담과 미-북 회담 이후의 일련의 정세를 말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아직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에는 이 정세에 대해선 지지-찬성할 수도 있고, 비판-반대할 수도 있다. 김병준 리더십은 앞으로 한국당 안의 ‘지나친 비판’과는 ‘충돌’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래서 역시 “어떤 게 지나친 비판이냐?” “어떤 게 적당한 비판이냐?”로 귀결한다. 그러나 이걸 정할 객관적인 준거(準據)란 있기 어렵다. 사람은 각자 자기 의견을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삭제된 전체주의-획일주의 체제로 ‘아직’ 변혁되지 않은 상태에선 말이다.

     결국 지금으로선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어떤 게 ‘지나친 비판’이고, 어떤 게 ‘적당한 비판인지의 물음엔 그 말을 꺼낸 김병준 위원장 스스로 더 답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가 만약 "이게 지나침이니라" "저게 적당함이니라"의 기준을 세울 권한을 가진 인사라면 말이다.

      김병준 위원장이 국가통제 경제보다 시장 자율의 경제를 선호하는 건 필자로선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 자칫 김병준 위원장이 정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지나친 비판 불가(不可)’란 언론검열에 걸릴까봐 벌써부터 주뼛주뼛 해진다. 인생말년에 웬 또 언론검열? 기구한 팔자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7/25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