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즉각 폐기 않고, 시간 걸리는 핵동결 택해...김정은에게 주기만 하고 얻은 것 없다"
  • ▲ 트럼프 美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을 만나고 6월 12일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자 美주류 언론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美CNN의 트럼프 비판보도 화면캡쳐.
    ▲ 트럼프 美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을 만나고 6월 12일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자 美주류 언론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美CNN의 트럼프 비판보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과 단독 회동을 한 뒤 美주류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美주류 언론의 트럼프 비판 내용이, 과거 그들이 美정부에 충고했던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내에서 조차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이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이 갖는 장점마저 부정하고 있다.

    ◆ 美주류 언론의 트럼프 정부 비판 내용들

    한국 언론들도 자주 인용하는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WP)’, CNN과 같은 美주류 언론의 비판은 과연 적절할까. 과거 이들은 북한 비핵화에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뉴욕타임스’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정책으로는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과 전망을 계속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4월부터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중국에 대북제재 등의 역할을 주문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점이 없다는 비판을 내놨다.

    중국의 동참으로 대북제재가 더욱 강력해진 2017년 말,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정상회담 약속 등이 나온 2018년 초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긴장완화·대화 분위기 강화로 트럼프 정부가 혼란에 빠졌다거나 美백악관 내부에 의견 충돌이 있다는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뉴욕타임스’가 2016년 9월에는 오바마 정부를 향해 “북한에 대한 제재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정부와 달리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트럼프 정부에게는 비판을 퍼붓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도 큰 줄기에서 ‘뉴욕타임스’와 비슷한 우려를 하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을 비판해 왔다. 일관성 부족으로 인한 대북전략의 예측 불가능성 증폭,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인한 북한과의 긴장 고조 등이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2017년 2월 ‘워싱턴 포스트’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대북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거친 말을 제외하면 ‘워싱턴 포스트’의 조언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대북전략을 만들어 실행했다.

    CNN 또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와 비슷한 부분에서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 ▲ 1일(현지시간) 美백악관에서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과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일(현지시간) 美백악관에서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과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NYT “트럼프, 얻은 것 없이 북한에 베풀기만”

    그렇다면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CNN, ‘워싱턴 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비판하고 있을까. 2일(현지시간) 트럼프 美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美대통령이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과의 회동 이후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확정하다시피 하고 “회담 전까지 ‘최대 압박’을 언급하지 않겠다”는 등의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을 비판하며 “트럼프의 대북 계획이 지난 정권들이 실패했던 것과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북한에게 즉각적인 핵 폐기를 요구하지 않고 장기간이 걸리는 핵동결의 길을 열어줬다”면서 “이는 마치 1994년 클린턴 정부와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이 했던 합의와 기본적으로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운운한 탓에 현재 상황이 북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종전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한 것처럼 보이며, 이는 부시 정부 때인 2005년 6자 회담에서 9.19 합의를 맺었다가 실패했던 일처럼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대니얼 러셀 前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빅터 차 美CSIS 한국 석좌 등의 인터뷰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실패했던 과거 행정부들의 정책을 답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막다른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美北회담이 실패했을 경우 대북 압박을 재개하려고 해도 한국, 중국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美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 美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얻은 것 없이 주기만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기만 하고 받은 게 없는 쪽은 한국이다. 사진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P·CNN “트럼프, 김정은에게 얻은 것 없이 주기만 해”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가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단독으로 만난 것, 美北정상회담과 관련해 여러 가지 말을 한 행동을 두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양보를 하기도 전에 그들의 선전전이 또 한 번 승리를 거뒀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6자 회담 당시 美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前 국무부 차관보, 빌 리처드슨 前 유엔 대사 등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힐 前 차관보는 “북한은 이미 트럼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비판했고 리처드슨 前 대사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美北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면 두 사람이 대등하다는 주장을 하는 북한의 선전에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도 그동안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김영철 北통일전선부장과 김정은 등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이란보다도 더 낮은 수위의 핵합의를 북한과 맺으려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가 북한에 핵보유국으로 향하는 통행권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 지난 3월 9일 美백악관에서 비핵화를 위한 美北정상회담 개최를 바란다는 북한 측 메시지를 읽는 한국 대통령 특사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9일 美백악관에서 비핵화를 위한 美北정상회담 개최를 바란다는 북한 측 메시지를 읽는 한국 대통령 특사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대북전략이 가진 장점들은 무시

    美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전략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CNN이 비판하는 대목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데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중국까지 끌어들인 강력한 대북제재, 대화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등이 “북한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이끌어냈다는 지적이다.

    사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CNN이 아닌, 폭스 뉴스나 USA투데이, US 월드 리포트 앤 뉴스, 악시오스 등까지 보면, 트럼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은 미국 유권자 10명 가운데 8명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美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도 2일(현지시간)에 나온 바 있다.

    즉 한국 사회에서 ‘뉴욕타임스’를 포함해 소위 ‘美주류 언론들’의 보도와 주장만 보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을 평가했다가는 미국의 현실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