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교체 요구에도 느긋한 靑 "충실히 보좌해… 신뢰 갖고 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0·4 선언 10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0·4 선언 10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미국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NLL 북쪽을 비행한 것과 관련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그간 청와대가 한·미 공조가 이뤄졌다고 수차례 설명한 것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데다, 이 같은 사실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의견 충돌 때문에 밝혀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작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표 내용은 혼선이라기보다는 사실 좀 내용을 정확히 몰랐던 데에서 기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이미 그 부분을 발표한 것으로 착각하고 말씀하신 게 아닌가 한다"며 "의도적 혼선이나 소신발언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6일,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에 전략폭격기의 NLL 북쪽 공해상의 비행에 대해서도 우리 측과 사전 협의와 통보가 있었다"며 "국방부에서 설명했지만 우리가 (미국 폭격기와) 동행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방부에서는 이같은 발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그간 원론적 수준에서 '긴밀한 공조'만을 언급했는데, 외교라인의 당국자가 이를 '빠졌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한·미 공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는 청와대의 그간의 입장과도 결이 다르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NSC의 공식적 입장은 사전에 충분히 협의 됐고 비행 작전과 시기도 공조하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대통령께 보고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통보'인지, '협조'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미 전략 폭격기의 이동경로에 대해서도 'NLL 북쪽 동해상까지 확인해드릴 수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한미 공조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미국측 통보에 우리나라가 먼저 빠지려 했다는 점을 숨기다가 이후 드러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같은 외교·안보 라인의 엇박자는 그간 야당에서 계속 제기해온 문제점이다. 송영무 장관이 국회 국방위에 출석, 문정인 특보에 대해 "안보 특보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발언했다가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에 '엄중주의' 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에는 지난 4당 여야대표 영수회담에서 외교·안보라인 쇄신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숱한 사건과 야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후속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북핵 미사일 위기와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전세계적인 대북압박과 공조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평화적 방법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충실히 보좌하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