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승한 安 지지율, 보수표라는 계산…영남 얻으면 충청 파급효과도 기대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3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3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얼치기 좌파'라 한 데 이어 '호남 분파'라며 연일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역기반인 호남에 대한 딜레마를 건드려 보수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3일 당내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국민의당에 대해 "민주당 이야기다. 두 정당이 서로 호남 적통을 두고 싸우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호남을 근거로 분가한 정당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홍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이번 대선은 좌파 둘, 얼치기 좌파 하나, 우파 후보 하나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안철수 전 대표를 다시금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 潘에서 시작해 安에서 安으로? 보수 표 잠식하는 안철수

    최근 안철수 전 대표는 보수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30% 초반 가량 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콘크리트 지지율 대신 갈 곳을 잃은 보수 표를 얻기 위해서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반기문 외교 특사'설을 꺼냈다. "반 전 총장에 말한 바는 없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 아마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또한 "우선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상회담 국가 1순위로 미국을 꼽았다.

    이같은 행보에 힘입은 탓일까.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던 표심이 안철수 전 대표 쪽으로 반응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같은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를 거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에 "보수 대통령 후보"라며 전선을 형성했다. 자신의 표를 지키는 한편 보수 표가 갈라지길 바란 행보로 해석됐다.

    이같은 두 정당의 프레임 싸움은 보수층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안 전 대표가 보수 후보라는 프레임이라면 홍 후보와 안 전 대표가 경쟁구도에 설 수밖에 없어서다. 같은 날 홍 후보 역시 이를 우려한 듯 "우리 당은 탄핵당했던 당이라, 지금 언론의 눈에는 두 당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홍 후보로서는 프레임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셈이다.

  • ▲ 홍 후보는 '보수대통합'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선거구도의 핵심임을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홍 후보는 '보수대통합'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선거구도의 핵심임을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호남 때리면 PK 반응하고 충청은 따라온다… 洪의 노림수

    때문에 홍 후보가 안철수 전 대표를 언급한 것은 우선 표면적으로 안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진보 층에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전 대표가 본질적으로는 좌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 우파 표심이 분열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의 현재 지지율은 반문 정서에 편승해 단기적으로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안 후보가 어떤 후보와 맞붙건, 결국 기댈 곳은 집토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록 홍준표 후보가 경남도지사를 하고 있지만, 현재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영남권에서 강한 반문 정서를 고려하면, 보수 텃밭을 우선 가꿔 20~30%의 단단한 지지율을 만들 경우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대결할 주자로 안철수 후보 대신 홍준표 후보가 거론되는 확실한 지지기반이 확보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홍 후보가 '호남 분파'라는 표현을 활용해 영남권 표심을 잡으려 했다는 지적이다. 홍 후보가 '호남정당'이라는 공세를 통해 DJ에 대한 입장, 안보 관련 입장 등을 강조하면, 안 전 대표로서는 '제 집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보수세가 넓은 영남 민심이 반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길게 보면 PK에서 일단 홍 후보가 확고한 자리를 잡는다면, 보수세가 강한 충청권의 민심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충청권의 표심은 변함없이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초반 충청 표심을 집결시키며 20%대 중반을 기록했던 반기문 전 총장은 보수주의자를 자처했고, 이후 반 전 총장의 표심을 흡수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역시 '대연정'을 주장하며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앞서 안 전 대표 역시 보수 후보임을 강조하면서 충청의 지지율을 흡수했다. 영남과 함께 반문 정서가 깔려있는 충청권 또한 결국 중도와 보수 스펙트럼 사이에 있는 후보 중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할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논리다. 홍 후보가 "이른바 '샤이 보수'를 끌어내 우파를 결집시킨다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의 경우 영호남 통합, 홍준표 후보의 경우 영남과 강원을 아우르는 강한 보수 집결을 표방하고 있다"며 "결국은 수도권과 충청이 호응할만한 세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