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빨간 우의' 방치한 검찰, 뒤늦게 "타격 가능성 의심" 뒷북

  • 고(故) 백남기(69)씨 사망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는 일명 '빨간 우의'가 지난해 경찰에 소환돼 한 차례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을 불러 조사를 했고, 집시법 위반과 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있다"고 밝힌 뒤 "다만 사인(死因) 규명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 남성이 백남기씨를 가격했는지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정훈 청장은 "이른바 '빨간 우의 가격설'이 정치권에서도 회자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빨간 우의'에 대한 재조사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제 말씀드린 내용 이외에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김 청장은 17일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빨간 우의'의 신원을 확인했고 구체적인 조사까지 벌였지만, 이 남성이 백남기씨를 가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증거 수집 과정에서 '빨간 우의' 남성에 대한 인적사항이 드러나 소환 조사를 했고,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당시 (백남기씨의)유족이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 중이었던 관계로 '빨간 우의' 남성에 대한 (가격 여부)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수사 지휘를 하고 있는 검찰이)'빨간 우의'가 누구인지 물어본 적도 없었고, 우리도 이 남성의 신원을 굳이 검찰에 통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지자, 백씨 유족들과 '백남기대책위원회'는 11월 18일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청장 등 경찰 7명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청장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당시 '백남기씨 사망 사건'을 수사 지휘하던 검찰은 애당초 빨간 우의를 '용의자 선상'에 조차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1년 가까이 '빨간 우의'를 방치해온 검찰은 백씨 사망 이후 또 다시 정치권과 온라인상에서 '빨간 우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뒤늦게 해당 남성이 의심스럽다며 부검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백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청구할 당시 검찰은 "상해에 영향을 미친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데, 사건 당시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이 백씨에게 충격을 준 사실이 있다"며 1차적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이 거들떠도 보지 않던 '빨간 우의'는 두경부(頭頸部)외과 전문의인 이용식(59·사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백남기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가 아니라, 사건 당일 달려든 '빨간 우의'의 가격에 의해 치명타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온라인에 회자된 '동영상 시연'을 통해 물대포가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이용식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백남기씨는 머리를 숙인 상태에서 측면으로 물대포를 맞았고, 이후 구르다시피 넘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한 상태에서 뒤로 누웠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빨간 우의 남성에게 안면을 가격당했다"며 "11월 14일 밤 찍은 CT 사진에 좌측 광대뼈와 안와가 골절됐고, 우측 뒷부분 두개골이 골절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오는 23일 모처에서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 등과 함께 직접 물대포를 맞는 실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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