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북 강경론으로 선회 움직임…야권은 햇볕정책에 머물러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최고위원-상임위의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최근 '대북 쌀 지원'을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최고위원-상임위의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최근 '대북 쌀 지원'을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쌀 지원' 주장을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지난 2일 "남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국회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인용했다. 정 원내대표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현시점에는 북한에 유화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는 북한을 더욱 담대하게 만들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004년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 2005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2006년 12월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낸 대북정책 전문가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6자회담의 주역으로 꼽혔다. 대표적인 미국 내 대북 대화파 인사인 셈이다.

    당시에는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정책의 방향으로 설정하던 시기였다. 즉 북핵을 미완성으로 보고, 완성되기 전에 폐기해야 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 외교 정책이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인 지난달 29일,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에 '북한에 유화책은 안 된다(No appeasement for North Korea)'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힐 차관보는 기고문에서 "북한이 강력한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요구를 분명히 거부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환상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미국의 대화론자들도 북한의 대화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의미다. 그는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지난 2일 전북 김제의 미곡처리장에서 "과잉 생산된 쌀 재고량이 엄청나 보존비용만 수천억 원이 들고 수매하려 해도 보관할 창고가 없다"면서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 때문에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 제재를 하면서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하거나 북한 광물과 교환하는 등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외면한 채 여전히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이 햇볕정책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은 '김정힐'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화를 중시했던 분이다. 이런 사람도 이렇게 말할 정도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다"면서 "대북 쌀 지원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은 법무부 차관보의 지적에 귀 기울여 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란과의 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급기야 지난달 16일에는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이 '대북 선제타격론'을 꺼내기도 했다.

    이는 미국 내 여론이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 원내대표가 이같은 미국 내 기류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문 전 대표에 고 '훈수'를 뒀다는 설명이다.

    한편 새누리당 역시 급변하는 안보 사태에 발맞춰 자체적 핵무장, 전술핵 배치, 핵잠수함 도입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 이후에 하나로 모인 당론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