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숱한 파문 벌써 잊은 듯...'안보전략' 운운할 자격 있나!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와 문재인 전 대표.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와 문재인 전 대표. ⓒ뉴시스 사진DB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놨던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입장으로 급속도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14일 뉴데일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80여 명의 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사드 배치 찬성-반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조건부 찬성' 입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쉽게 찾기 어려웠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반대 입장인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사드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먼저 국익을 충분히 고려한 종합적인 북핵문제 해법을 마련하고 그 틀 속에서 사드문제를 비롯한 종합적인 위기관리방안이 제시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김종인 대표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우리 더불어민주당도 초당파적으로 '종합적 위기관리방안'을 마련한 뒤 그 속에서 '사드문제'에 접근하는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느냐. 재검토가 되겠느냐"라고 맞받아쳤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를 향한 김종인 대표의 비판 발언에 대해 "전직 대표가 현직 당 대표의 입장과 상반되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라고 말했다. 계파 갈등 논란을 빚고 물러난 문 전 대표가 여전히 당대표 노릇을 하려고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와 문재인 전 대표. ⓒ뉴시스 사진DB
    정치권 안팍에서는 문 전 대표가 '안보전략 무능' 운운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입장 발표에서 "현 단계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북핵문제인데, 대응수단의 하나에 불과한 '사드문제'에 매달려 '북핵문제' 해결은 되레 어려워지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제공조를 위태롭게 만드는 등 안보전략의 무능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번 문 전 대표의 사드 관련 안보 발언으로 그의 과거 언행도 새삼 회자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천안함 침몰'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10월 12일 공군회관에서 열린 '안보정책간담회'에서도 "현 정부의 안보무능을 틈타 서해에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도발이 벌어졌다"고도 했다.

    문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안보정당을 표방하면서, 슬그머니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중도표를 의식한 진정성 없는 발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열람해 'NLL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여야 정치권이 '대화록 원본' 찾기에 발 벗고 나서자 대화록 폐기 의혹을 받은 문재인 전 대표는 검찰에 출두 자리에서 "대화록은 멀쩡히 잘 있다. 이제 논란을 끝내자"고 황당한 주장을 펼쳐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다.

    당시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문 전 대표의 기이한 행태를 지적하는 성토가 쏟아졌다. 당시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장난치나. 이제 와서 덮자고? 그렇다면 회의록 공개를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300명의 헌법기관이 벌인 개헌선을 훌쩍 넘는 퍼포먼스는 무엇이었던가?"라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또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돼 멍하니 지붕을 쳐다보게 됐다"며 "그 많던 막말은 어디로 갔고, 정계은퇴의 비장함은 어디로 숨었느냐"고 개탄했다.
  • ▲ 구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한명숙-문재인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구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한명숙-문재인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종북정당 통진당을 국회에 들였다"고 비판받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20대 국회에서조차 통진당을 부활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대한 공을 세웠다.

    문재인 전 대표는 4·13 총선을 앞두고 울산을 방문, 무소속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나온 통진당 출신 후보들과의 '묻지마 연대'를 주도했다.

    당시 문 전 대표가 울산을 다녀간 뒤 북구와 동구에 출마했던 더민주 후보들은 "아무 조건 없이 단일화했다"며 스스로 물러났고, 이후 총선에서 통진당 출신 후보들이 당선됐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과 손을 맞잡고 10여 명의 종북세력을 국회에 들였다"고 비판 받은 야당이 또다시 똑같은 과오를 저지른 셈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 우리 안보가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에 불을 붙이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더구나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에는 관심도 없던 문 전 대표가 '안보전략 무능' 운운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