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질식시키는 전체주의? 3선 발동동 구르게 하는 상임위원장 감투!
  • ▲ 10일 개최된 2016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책워크숍에서 '태양 아래'가 상영됐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영화보다 상임위원장직을 논의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뉴시스 DB
    ▲ 10일 개최된 2016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책워크숍에서 '태양 아래'가 상영됐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영화보다 상임위원장직을 논의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뉴시스 DB

    새누리당이 정책워크숍에서 북한 주민 일상을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국가관과 외교, 안보,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으나 상임위원장 직을 둘러싼 갈등에 빛이 바랬다.

    10일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워크숍을 진행 중인 새누리당은 오후에 영화 '태양 아래'를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양 아래'는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진미'라는 아이를 통해 전체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질식시키는지 세밀하게 묘사한 영화다. 여기에서 태양은 김정은을 상징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진미는 꿈을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다가 '원수님 찬가'를 외운다. 꿈도 없이 김정은(태양)만 좇는 모습을 통해 국가와 자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이 이날 영화 상영 일정을 잡은 것은 20대 국회를 시작하면서 국가관과 안보관, 인권의 의미를 다시금 고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영화가 아닌 상임위원장 논의로 바쁘게 움직였다. 본래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서로 밥그릇 싸움에 몰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11일까지 상임위원장 신청을 받기로 한 상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조정을 우선으로 하되 경합하게 생기면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며 "10일 의원정책워크숍을 통해서 자체 조정 노력도 해서 경선을 가급적 줄였으면 좋겠다는 게 원내대표단의 바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 말대로라면 당장 다음날까지 조율을 통해서 상임위원장 자리의 윤곽이 드러나야 하지만, 상임위원장직을 신청할 수 있는 후보만 24명이 있는 새누리당의 사정을 감안하면 합의점을 찾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중진 의원들은 영화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로비에서 상임위원장 논의를 시작했다. 우선 상임위원장을 못 맡는 의원들이 없어야 한다는데 공감을 이뤘다. 

    그러나 한 여성 중진 의원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2년이었던 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줄이자"는 제안이 나오고 이에 다른 남성 중진 의원이 "20여 명 되는 의원들이 전반기, 하반기로 나누면 되지 왜 그런 제안을 하냐"고 반박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기자들이 한둘씩 귀를 기울이자 VIP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논의를 이어갔다.

    상임위원장을 1년-2년-1년 임기로 하자, 1년-1년-2년으로 하자는 안 등 여러 안이 난립하는가 하면 특히 안행위는 6명의 의원이 서로 하겠다고 나서면서 영화 관람 시간은 졸지에 아수라장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관람 시간에 영화관람을 온전히 한 의원들을 찾기 드문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벌어졌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만 영화를 감상했을 뿐, 중진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의원이 영화 관람은 뒷전이고 온통 상임위원장을 논의하느라 여기저기 들락날락했다.

    새누리당의 한 3선 의원은 "여러 의원이 전반기에 상임위원장을 하고 후반기에는 전당대회를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이 되면 보좌진도 추가로 충원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상임위원장이 자칫 3선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