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조리와 불공정, 반칙과 특권으로부터 Resign 받을 것" 대선의지 불태워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비록 원외 인사가 됐지만, 아직까지 더민주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비록 원외 인사가 됐지만, 아직까지 더민주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일, 본인을 이세돌에, 박근혜 대통령을 알파고에 비유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에 대해 싸늘했던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 민심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는 바둑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다"며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고,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작은 희생을 감수하며 훗날을 기약해야 하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운을 뗐다.

    문 전 대표는 "저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며 "언제나 크게 보고, 멀리 내다보고, 전체를 봐야 한다. 꼼수가 정수에 이길 수 없는 이치도 같다"고 설명했다. 바둑과 정치는 유사한 점이 많아 대리 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자신을 이세돌 9단에 비유하는 한편, 박 대통령을 '알파고'에 비유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48.0%의 표를 얻었지만 51.6%의 득표율을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에 패했다.

    그는 "이세돌은 승부에서 알파고에게 졌다. 하지만 영웅이 됐다"며 "바둑은 승패가 분명하지만, 인생은 지고도 이길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이어 "저도 정치의 낭만을 지키고 싶다. 제4국 승리 후 '한 판의 승리가 이렇게 기쁠 수 없다'며 환하게 웃던 이세돌의 웃음이 인류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었다"며 "저도 대한민국 부조리와 불공정, 반칙과 특권으로부터 'Resign(물러나다)'를 받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비록 현재까지는 계속 져 왔지만, 앞으로의 대선에서 이겨 정권을 재창출한 영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대선을 향한 욕심을 재확인 한 셈이다.

    나아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야권의 영웅인 것처럼, 내년 대선에서 당연히 승리해야 한다는 것처럼 써내려 갔다는 점에서 자신에 내려진 호남 민심의 심판은 모른채하고, 정부와 집권 여당만 비판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시즌에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한 바 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을 알파고에 비유하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을 알파고에 비유하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문 전 대표의 글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글에서 "전체를 봐야 한다, 작은 것은 버려야 한다"고 반복한 점을 들어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그림을 위해 당내 구성원들의 양보를 바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른 풀이로는 '호남'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로 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약속한 대로 정계를 은퇴하는 대신 호남 지지세를 다소 잃더라도 대선을 향해 가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바둑은 흑과 백이 서로 상생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죽여야 끝나는 체스나 장기 같은 스포츠가 아니라 얼마나 조화롭게 많이 집을 짓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라며 "야당에서도 이제 3당 국회 시대가 열렸는데, 조금만 더 대화와 타협·상생의 정치 시대를 여는 묘미를 바둑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가 바둑을 그렇게 언급했다면 야당도 바둑의 그런 원리를 잘 이해해서 꽉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국에 공존과 상생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