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학생운동은 2년 뿐, 정치는 17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가 같은 당 김종인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것보다는 김종인 대표님께서 먼저 구상해 의논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김 대표가 역할을 제안하면) 당이 받는 모양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집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많은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이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이)실천될 수 있는 역할을 (김 대표가) 맡으시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우 원내대표는 먼저 김종인 대표 - 문재인 전 대표 간의 가교 구실을 자임했다. 그는 두 사람 간 신뢰가 깨졌다는 질문에 "당의 체질을 개선해서 수권 정당으로 변모시키고 그 수권 정당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하자는 공동의 꿈은 유효하다"며 "두 분 사이에 가교가 필요하다면 제가 나서서 이견 조율을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김 대표의 목소리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특히 위안부 발언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우 원내대표는 "김종인의 위안부 발언은 국가 간에 맺은 합의가 그렇게 일거에 바뀔 수 있겠는가 하는 현실적 생각을 하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위안부 협상은 워낙 우리 당이 거세게 반발했던 사안이다. 이 문제는 우리 당의 정서, 우리 당 지지층 정서를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분이 말한 국가와 국가 간 협의라고 하는 무게에 대한 고민도 존중하지만 우리는 우리로서 당론이라는 게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런 문제 도출 안 되도록 사전에 긴밀하게 현안 상의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에서 추대를 받아 일을 진행하고 싶어 하는 김종인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대표는 언론에 종종 '킹메이커를 안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김종인 대표의 목표가 국회의장 혹은 대권 등 크면 클 수록 본인이 직접 먼저 밝히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를 고려한 포석이란 지적이다.

우 원내대표는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강한 친분을 드러냈다. 같은 날 박지원 원내대표와 예방을 위해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나온 기념 넥타이를 맸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당을 하면서 십몇 년간 같이 지내왔기 때문에 한 식구 같은 느낌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나아가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가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정부 여당이 워낙 거세게 법안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안전판을 만든 것이 아니냐"면서 "아직 집권당이 새누리당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식을 변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언급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교육문화체육위원회를 분리해야 한다 주장도 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환경노동위 분리를 외친 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효율적 상임위 운영을 위해 상임위원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른 상임위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건 국민 부담 늘어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포함한 2개의 상임위원장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로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다른 의견 내면서 협상 가능성 내비친 셈이다.

우 원내대표는 86 운동권 출신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학생운동 한 기간은 2년밖에 안되지만, 정치는 17년째 하고 있다"며 "운동권적인 타성에 젖어 활동했다는 비판은 받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체질개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