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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현대 사회는 날이 갈수록 더욱 빠름을 추구한다. 일도 빠르게, 인터넷도 빠르게, 연애도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이다. 느림은 곧 뒤쳐짐이라 치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의 중심에서 ‘느림’을 외치는 프로그램 하나가 새롭게 선보인다.

     

    KBS1 ‘TV, 책을 보다’는 지난 2013년 10월 26일 첫 방송돼 현재까지 찬찬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매주 다양한 책들을 선정해 평론가와 다양한 전문가들이 책을 분석하는 시간을 펼쳐왔다. 그러다 지난달 22일부터 새 진행자로 김창완이 합류하게 되면서 프로그램 역시 새로운 색깔을 띠게 됐다.

     

    1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카페에서는 KBS1 교양프로그램 ‘TV, 책을 보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박복용 CP, 조정훈 PD, 김창완이 참석해 개편된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연출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박복용 CP는 “이전까지는 담론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개편 이후에는 일반인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프로그램의 달라진 점을 일찍이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옛날에는 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평론가들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인 독서가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며 “매주 6명의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들이 다 다르더라. 그럼으로써 책이 말을 한다고 느꼈다. 그게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이다”라고 ‘TV, 책을 보다’만의 남다른 점을 들었다.

     

    이후 연출자 조정훈 PD는 “10년 동안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독서율이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더라”라고 다소 충격적인 조사결과로 입을 떼며 “우리 삶에서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싶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독서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책을 한 순간이라도 함께 읽어보고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었다”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느낀 점을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독서 스트림을 다시 부활하고 싶다”고 사회의 작은 변화를 꿈꾸며 “완독보다는 한 페이지를 읽어도 느낌이 있는 삶을 꿈꾸고 싶다. 명사들의 독서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고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음을 전했다.

     

    조정훈 PD는 또 “‘매주 책을 읽어나가는 게 묘한 느낌이 든다’ ‘내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라며 독자들 중에 직접 책 읽는 모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프로그램이 끼칠 영향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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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자들의 프로그램 소개에 이어 새 진행자로 낙점된 가수 김창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몇 곡의 노래로 직접 프로그램의 성격을 나타내 보였다. 김창완은 “책을 소개하기 보다는 ‘우리가 책을 너무 오래 내려놓지 않았나’라며 다시 한 번 책을 쥐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라며 ‘TV, 책을 보다’에 함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더불어 “요즘 우리는 너무 빚진 사람처럼 사는 것 같다. 성적과 일에 짓눌려들 살며 책 읽는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요즘 세태를 한탄하며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향기로운 삶인가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진행을 하게 됐다”고 적극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또 “지금은 빚쟁이로서의 책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온 고향으로서의 책, 미지에로의 책, 거울로써의 책, 친구 같은 책, 밥 먹여주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프로그램이 끼칠 영향에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김창완은 일반인 독자들과 ‘인상 깊게 읽은 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슬로우한 감성을 더욱 북돋을 노래들을 직접 불렀다. 그는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부터 ‘청춘’ ‘백일홍’, 2016년 첫 싱글인 ‘시간’까지 풍부한 감성을 담아 좌중에게 전달했다. 점차 뜨거워진 열기에 김창완은 ‘너의 의미’까지 힘차게 열창을 이어 더욱 풍성한 시간을 만들었다.

     

    노래를 마친 후 그는 “‘청춘’ ‘백일홍’처럼 시간을 관조하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예전에는 설정을 놓고 공상하는 노래를 했다면, 최근에는 죽음을 맞이하며 주위에 전하고 싶은 말을 하는 노래를 하게 됐다”고 최근 발표한 자신의 신곡 ‘시간’에 대해 언급하며 오늘(14일) 방송될 108회 ‘공부 중독’ 편과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독서할 생각만 하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부담스러운 중압감에 사로잡히는 당신이라면 ‘TV, 책을 보다’를 통해 책과 새로운 접근을 해보길 추천한다. 달라진 ‘TV, 책을 보다’는 책을 감상한 후 전문가가 단순히 추천하는 방식을 지양함과 동시에 일반 독서가들 각자의 느낀 점을 들어보며 더욱 깊은 공감과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 책 하나만을 파고듦이 아니라 책으로부터 묻어나는 일반인들의 삶까지 함께 들어보며 보다 폭넓은 간접경험 또한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특히 ‘슬로티비(slow-TV)’적인 과단성 있는 제작방식으로 텍스트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책 읽는 현장성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해당 프로그램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이전의 독서 프로그램은 이미 완독한 것을 전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돼 시청자들이 따라가기가 벅찬 면이 없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다보니 공감보다는 심오한 철학의 세계로 파고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더욱 독서에서 멀어진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탈바꿈한 ‘TV, 책을 보다’는 더욱 손쉬운 참여를 유도해 대한민국의 풍경을 바꾸려는 운동을 서서히 전개하고 있다. ‘책 읽기’가 마음을 먹고 하는 행위가 아닌, 젖어들어 어느 샌가 하고 있는 행위가 되길 꿈꿔본다.

     

    한편 KBS1 ‘TV, 책을 보다’는 책 한 권을 통해 우리네 인생을 교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22일부터 김창완이 새롭게 진행을 맡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40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