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히 어디라고 촌스런 태극기 게양대를...”
    광화문 광장... “김일성 만세” 부르는 곳?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①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 ②촌티가 나다 ③세련되지 않다. 이것들은 ‘촌스럽다’의 사전적 의미들이다. 그리고 “촌스러운 사람”을 ‘촌뜨기’ 또는 ‘촌놈’이라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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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의 광화문 광장에는 ‘태극기 게양대’가 들어서지 못할 모양이다. 서울시에서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에 “(광화문 광장은 안되고) 정부 부지에다 설치하라”고 최종 통보했다고 한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라는 데서 “대형 태극기는 광장 통행을 방해하고 미관에 어울리지 않으며, 권위적이고 전제적(專制的)인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다고. 또한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를 영구 설치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뱉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마도 속마음이야 “서울 한복판에 쪽 팔리게 무슨 태극기냐?”, “21세기에 무슨... 지금이 유신(維新) 시절이냐?” 또는 “애국, 애국하는데... 촌스럽게, 더군다나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이런 것이었을 게다.
  그리고 그 무슨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라는 것이 과연 평범한 ‘시민’들의 위원회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간 이런저런 일들을 보면, “내(자기) 사람 중심”의 서울을 만들어 가면서 “(내 편만) 함께 서울”을 내세우시는 시장님의 뜻이라는 게 거의 확실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렇다. 이들 말마따나 애국, 특히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것이 촌스러운 일이라 치자. 더불어서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겠다는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의 계획을 찬성·지지하는 이들은 촌스러운 사람, 즉 대한민국 촌뜨기나 촌놈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멋진 광장에 “추접하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전제적인 냄새가 나는 태극기 게양대”가 세워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세련되고, 도시스럽고, 시대를 앞서가는” 「서울인민공화국」의 공민(公民)이라도 되시는가 보다. ‘정부 부지’ 운운하며, 남의 나라 얘기하듯 ‘서울 땅’과 구분하겠다는 걸 봐서는 「서울인민공화국」이 크게 틀리거나 놀랄 일도 아니다.

  허긴 광화문 광장이라는 곳이 ‘대한민국 태극기 게양대’나 설치하라고 만든 게 아니다.
「서울인민공화국」 왕초(=수령?)이신 재주 많은 시장님에게는 깊은 뜻이 있다. 물론 그 분께서 광화문 광장을 조성한 것은 아니지만...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미혹한 탓인지는 모르나, 그 때의 입장(立場)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 

  •   = 박 이사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의 국보법 폐지 반대 주장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7조(찬양·고무) 때문인데 조선일보 주장처럼 광화문 네거리에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있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라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없는 한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2004년 9월 24일 「미디어 오늘」>

      이런 경우에 “현란한” 말솜씨 또는 언변(言辯)이라고 한단다. 하지만 ‘촌뜨기’나 ‘촌놈’들은 말장난, 말수작, 또는 말따먹기라고 한다. 그 말인 즉, “광화문 네거리(지금의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르는 것이야 말로 ‘표현의 자유’다. 원하는 사람은 맘대로 불러도 된다”는 것이다.  
      헌데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무한(無限) 보장된 곳에다가 언감생심(焉敢生心)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또한 “권위적인” 태극기 게양대나 세우겠다니 한심하다고 여기는 거다.

  •   현재 광장에는 “자식이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살해(殺害) 당했다고 믿고 주장하는 고귀한 부모들이 먹고 마시고 쉬는 성(聖)스런(?) 천막”이 늘어서 있다.
      이번에 서울시의 태극기 게양대 설치 거부를 계기로, “수도 서울 한복판에 태극기 게양”을 반기는 대한민국 촌놈들이 줄어들 수 있을까. 그리고 “성(聖)스런 천막” 유지·보수(補修)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바치는 「서울인민공화국」의 세련된 공민(公民)들이 확 늘어날까. 그렇게만 되면... 
      내년 봄 국개(國犬)를 뽑는 총선이나, 후년 겨울 ‘북악(北岳) 산장’ 주인을 가르는 대선(大選)에서 잔나비띠 시장님이 속한 새(鳥)연합의 대승(大勝)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최대 승부처라는 서울에서 만큼은... 

      이래저래 대한민국은 ‘운수대똥(運數大便)’이네...

      아 참! 이제 새(鳥)연합이 아니지, 정치판에서 결코 철수 안하고 버티는 새(鳥)대가리가 삐쳐서 거길 뛰쳐나왔다니 말이다. 거참 승리가 목전인데... 미련한 건지, 용감한 건지...  

      참고로, 그저 참고일 뿐이지만, 어느 일간지 귀퉁이에 “보훈처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결과,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87.3%)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대한민국에 아직도 촌놈 많다.
                                              <더   끼>
    # 필자의 졸고를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는 분들 중에 상당수가 ‘궁민’(窮民)이라는 표기에 대해, “그 단어를 사용하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으나,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을 그렇게 표기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타일러 주셨다. 그래서 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는 ‘궁민’(窮民)이라고 쓰지 않겠다는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