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및 일부 좌파매체 위헌 주장은 근거 없어”
  • ▲ ▲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를 끌어당기는 폭력 시위를 벌이는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를 끌어당기는 폭력 시위를 벌이는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집회 및 시위참가자의 복면 착용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복면금지법’에 대해, 야당과 속칭 진보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법령을 손질한다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학계의 이런 의견은, “복면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반한다”는 야당 측의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복면시위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집회시위문화 개선 3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이관희 경찰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먼저 이관희 명예교수는,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 외국의 입법례를 소개하면서, “복면금지법은 위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명예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이미 1989년 집회 및 시위 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법으로 금지했다.당시 독일은 관련법을 개정해 시위대의 복면착용은 물론 휴대까지 금지했다. 독일은 복면 착용이 폭력 및 범죄발생 위험 증가와 명백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프랑스는 지난 2009년,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1500유로(한화 256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총리령을 제정했다.

    미국의 경우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0여개 주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적용 범위를 비롯한 세부사항은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관희 명예교수는 “지난 폭력시위 현장 동영상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과격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반복되는 폭력시위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복면시위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복면시위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발제논문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은 평화 집회다. 폭력행위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상겸 교수는 지난달 14일 벌어진 광화문 폭동 당시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경찰버스를 향해 폭력을 휘두른 일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폭력시위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시위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것은 평화적, 비폭력적 집회에 한하며, 폭력을 사용한 의견의 강요는 헌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인용해, “폭력시위는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정의했다.

    이재교 교수도 다각적인 법리적 해석을 통해 ‘복면시위금지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우선 이 교수는 “복면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복면금지 조항을) 시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로 볼 수는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과 좌파 매체들의 ‘복면금지법 위헌성’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이재교 교수는 “신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환자나 성소수자, 안면기형이 있는 사람 등에 대해 복면을 금지한다면 시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교 교수는 복면시위를 금지함으로서 보호되는 법익으로, ▲폭력시위자 처벌을 통한 사회질서 유지 ▲익명성ㆍ군중심리에 의한 폭력성향 확산 차단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도심시위로 인한 차량 통제, 소음, 주변 상가 영업 방해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질서유지를 위한 제한의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재교 교수는 “복면 시위는, ‘떳떳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다른 시민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위의 본질에도 반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 ▲ 지난달 14일 광화문 폭동 현장에서 시위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 버스를 부수는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 지난달 14일 광화문 폭동 현장에서 시위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 버스를 부수는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곽대경 교수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예로 들어, 신원확인이 어려운 복면 착용은 심리적으로 폭력시위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71년 스탠포드 대학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라 불리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자원자 24명을 각각 12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익명을 전제로 죄수와 교도관의 역할을 부여한 뒤, 그들의 행동을 관찰한 심리학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교도관 그룹 중 일부는 죄수 그룹에게 가학적 폭력을 서슴없이 행사하는 등 통제를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곽대경 교수는 “신원을 숨길 수 있다면, 평소에는 점잖은 사람도 과격한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며, “복면을 착용한 사람들은 익명성의 자유 안에서 잠재된 폭력의 욕망을 제한 없이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조직화ㆍ직업화된 시위꾼들이 상당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복면금지법을 통해 우리사회의 자유민주주의질서를 위반하는 전문시위꾼을 체포하고, 철저히 책임을 묻는 것이 법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면시위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17대ㆍ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달 14일 벌어진 광화문폭동을 계기로, 다시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광화문 폭동 직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집시법 개정을 언급한데 이어, 같은 달 24일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의원은 ‘복면 착용 금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갑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폭행, 폭력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의 복면 착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