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목소리에 문재인 "윤리심판원 결정을 지켜보자" 한발 빼
  •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셀카를 찍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청래의 알콩달콩 페이스북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셀카를 찍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청래의 알콩달콩 페이스북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재재심(再再審)이 당무위원회에서 기습 결정됐다. 해당 안건을 기습 발의한 이용득 최고위원은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 추진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손사래를 치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윤리심판원에서 당직정지 6개월을 선고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문제가 다시 내홍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당이 친노~비노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분오열로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혁신안을 고안 중인 새정치연합은 13일 '혁신안' 처리를 위한 당무위원회를 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대한 재재심이 결정됐다. 이번 안건은 당초 당무위에서 논의될 예정에 없었던만큼 기습적이고 계획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습 발의를 한 사람은 평소 비노계로 구분되는 이용득 최고위원이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당무위가 시작하자마자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가 과하다"며 "재심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이용득 최고위원의 요청을 즉시 안건으로 상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재심사 요구 안건은 거수 투표 결과 '찬성 19표 반대 18표'로 당무위를 통과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세 번째 징계 심의를 받게 됐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앞서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직정지 1년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해 재심 과정에서 징계 기간을 6개월로 감경받은 상태다.

    당초 예정에 없던 안건이 돌발적으로 처리되자 일부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범계 의원은 공개발언에 나서 "당헌·당규에 명시된 것이라도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뒤집어버리는 게 맞냐"라고 일갈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반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문재인 대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당무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무위의 재심사 요구에 윤리심판원이 귀속되는 건 아니다"라며 "재심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 결정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다른 결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편 정청래 최고위원이 징계를 받게 된 것은 지난 5월 8일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4·29 재보선에서 전패한 문재인 대표를 추궁하던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이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허탈해하며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바로 이 점을 이유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를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 재심사 발의에 대한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주승용 최고위원이 다시 복귀하고 싶어도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미안해 못 들어올 테니 (징계를) 감경하는 재심 청구를 하자고 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무정지를 당하고 있어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돌아오기 어렵다'며 당 화합 차원에서 제안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당무위에 앞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용득 최고위원이 이미 "당무위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재심을 요청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재인 대표 측과의 사전교감 하에서 진행된 기습 발의와 상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용득 최고위원이 내걸은 명분의 당사자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작 "정청래 최고위원 때문에 사퇴한 것이 아니다"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청래 최고위원의 재재심과 징계 수위 조절이 있어도 과연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할는지는 아리송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