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몽니 초래한 국회선진화법, 국회 공전 부추겨
  • ▲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가 공전상황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 모든 일정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했다면서 국회 공전의 책임을 대통령 탓으로 돌렸지만, '식물 국회'의 밑바탕에 국회선진화법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현재 국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사일정 거부로, 2014회계년도 결산 심사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각 상임위 일정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관련된 보건복지위원회를 제외하곤 모두 무기한 중단 상태다.

    메르스를 제외하고는 국회가 동면 상태에 들어가면서, 민생과 경제살리기 법안들에 대한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발이 묶인 민생 및 경제살리기 법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리가 지연된 민생 경제 법안은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 하도급 거래 공정화 관련 법, 금융이용자 보호 관련 법 등을 비롯해 무려 61개나 된다.

    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생 경제 법안 처리를 볼모로 잡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야당은 법안 처리를 인질로 삼아 대여협상력을 높이는 전술을 반복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야당의 이런 행태는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들의 삶을 인질로 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야당 입장에서 이처럼 효과적인 대여전술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의 몽니를 알면서도, 그들의 억지를 일정 부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여당이 야당의 뻔한 전술을 알면서도 당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단초가 된 국회법 개정안 처리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힌 직후, 언제나 그랬듯 민생 경제법안 처리 지연을 압박카드로 삼으면서, 대여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새정치연합의 전술을 알면서도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국민들이다.

    국회선진화법이 효력을 유지하는 이상, 이런 현상은 언제든 재현될 수밖에 없다.

    국회 선진화를 명목으로 만든 기형적 입법인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질식시키는 것은 물론 ‘식물 국회’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통과를 막는다는 취지로, 18대 국회시절인 2012년 5월 도입됐다. 법안 대표발의자는 현재 사회부총리를 맡고 있는 황우여 의원이다.

    이 법의 특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정당이 사실상 국회 운영의 캐스팅보트를 쥔다는 점에 있다. 역설적으로 다수당은 국민들이 부여한 다수당으로서의 의회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재적 의원 수 1/3이상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 다수당의 법안 단독처리를 막을 수 있다. 상임위원회에서도 재적 의원 1/3이상이 요구할 경우,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이 대의제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는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내용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 무능·무책임·무원칙 ‘3무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국회선진화법의 폐지 혹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