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주민은 모두 전기 전문가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 ▲ 자료사진 / 뉴포커스DB
    ▲ 자료사진 / 뉴포커스DB

    “우리는 습식배터리보다는 건식배터리를 사용 했어요”

    “이건 완전히 방전한 후 충전을 해야 오래 씁니다”

    “자동차 배터리와 변류기는 이렇게 쓰는 거예요”

    기자가 만나 본 탈북자 대부분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기에 대해서 한국의 일반인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의 전기사정 악화가 모든 주민들을 전기 전문가로 만든 셈이다. 북한에서는 직접 공급되는 전기보다 배터리에 충전시켜놓은 전기를 사용하는 일이 더 많을 정도다.

    탈북자 최 지애(가명)씨는 “북한에서는 전기 사정이 나쁘다 보니 ‘교차전기’라며 전기가 동네마다 교대로 들어와요. 그래서 항상 큰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시켜 놓는데 기업소나 배전부에 가서 담배 한 갑을 줘야 충전할 수 있죠.”라며 열악한 북한의 전기 사정을 증언했다.

    한 때 북한당국에서 한국드라마를 보는 주민을 검열하는 방법으로 갑자기 정전을 시켜 CD 플레이어 작동을 멈추게 하는 단속을 하자, 충전된 배터리만 연결하여 드라마를 감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북한의 가정집에는 배터리가 필수품이다. 전기 나오는 날보다 안 나오는 날이 더 많은 탓이다. 한국에서 심야전력을 활용하여 사용하듯 북한에서는 전기가 들어오면 일단 충전부터 먼저 한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충전’이란 단어는 핸드폰이나 전자화폐를 사용할 때만 쓰이는 말이지만 북한에서는 일상용어다. 마치 사용할 물을 미리 항아리에 받아놓고 쓰듯 전기를 사용한다. 국경인근의 주민들은 중국 쪽으로 배터리를 보내서 충전을 하는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한국에 온 한 탈북자는 얼마 전 시청 앞에서 절전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한국도 교차전기를 하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전기절약 아이디어'를 공모하지만 북한에서는 '전기충전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손님을 끌기위해 가게에서 문을 열어놓고 에어콘을 켜는 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이는 “내 돈 내고 내가 전기를 쓰겠다는데 왜 북한처럼 강제적으로 막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탈북자의 의견을 묻고자 “에어콘을 북한에서 뭐라고 부르느냐?”는 기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못 봐서 모른다” 는 탈북자의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잠시만 전기가 끊겨도 국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지만, 잠시만 전기가 들어와도 기쁨의 함성의 지르는 것이 북한주민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