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생닭 수입되지 않으나 다양한 양계 제품 반입 중…정부 선제대응 시급
  • ▲ 홍콩 완차이 지역의 닭고기 시장. 올 들어 홍콩에서는 H7N9형 조류독감이 급격히 전염되고 있다. ⓒ차이나 org 홈페이지 캡쳐
    ▲ 홍콩 완차이 지역의 닭고기 시장. 올 들어 홍콩에서는 H7N9형 조류독감이 급격히 전염되고 있다. ⓒ차이나 org 홈페이지 캡쳐

    최근 국내에서는 50대 이상 연령층들이 심한 감기를 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내 병원들은 이런 환자들에게 “독감은 아니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홍콩과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면역력이 약해지는 50대부터는 독감, 특히 ‘신종 조류독감’에 매우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일, 홍콩 ‘빈과일보’는 ‘H7N9’형 조류독감으로 홍콩에서만 400명 넘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빈과일보’는 “2015년 들어 홍콩에서 독감으로 숨진 사람 수는 2014년 같은 기간 133명에 비해 128.6% 증가했으며, 2003년 홍콩에서 1,700여 명이 감염돼 302명을 숨지게 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빈과일보’가 전한 다른 이야기 또한 섬뜩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발생한 독감은 ‘H2N2’형이었는데 올해 들어 발견된 바이러스는 지난 수 년 사이에 많은 사상자를 낸 ‘H7N9’형이라는 것이었다.

    ‘빈과일보’ 측은 “홍콩에서는 ‘H7N9형과 H3N2형 바이러스가 결합, 변이를 일으켜 제3의 변종 바이러스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었다.

    일주일 뒤인 지난 3월 10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홍콩에서 유행하는 ‘H7N9’형 조류독감의 유행경로를 살펴보면 중국 닭고기 시장이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홍콩大 연구원을 인용, “중국 생닭 시장이 매우 위험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 위험한 전염병이 전 세계에 대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새로운 연구 보고서를 인용, 2014년부터 홍콩에서는 650여 명이 ‘H7N9’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거의 40%의 환자가 숨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홍콩大 독감연구센터 관계자를 인용, “지난 10년 동안 ‘H5N1’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800명인데, 2014년부터 650여 명이 ‘H7N9’형 조류독감에 감염되었다는 점을 보면, ‘H7N9’형 조류독감은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속도가 우려할만 하다”고 덧붙였다.

  • ▲ 2013년 12월 당시 中본토에서 H7N9형 조류독감이 발생한 통계지도. 모두 양계 산업을 하는 지역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집계한 결과다. ⓒ트루 프리퀀시 라디오 보도화면 캡쳐
    ▲ 2013년 12월 당시 中본토에서 H7N9형 조류독감이 발생한 통계지도. 모두 양계 산업을 하는 지역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집계한 결과다. ⓒ트루 프리퀀시 라디오 보도화면 캡쳐

      

    ‘미국의 소리’ 방송뿐만 아니라 로이터 통신 또한 홍콩에서 ‘H7N9’형 독감이 발생하는 이유가 중국산 닭고기를 수입하는 탓이 아니냐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2013년 2월부터 ‘H7N9’형 독감 감염자가 발생, 모두 14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46명이 사망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사람이 H7N9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매우 우려한 바 있다. 2014년에도 중국에서는 1월부터 ‘H7N9’형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 250여 명이 감염되고 100여 명이 숨졌다.

    홍콩 방역당국은 중국에서의 ‘H7N9’형 조류독감 발생과 자국 내 조류독감 발생경로 등을 연구한 결과 ‘중국산 생닭’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일시적으로 ‘중국산 생닭’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홍콩 방역당국의 조치는 중국에서의 ‘H7N9’형 조류독감 유행과 생닭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중국 양계시장의 비위생 등으로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한국에서는 “‘H7N9’형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된 첫 사례이므로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언론을 탔다. 2015년 3월, 홍콩에서는 ‘H7N9’형 조류독감으로 이미 400여 명 이상 사망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별 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한국은 중국산 생닭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반짝’ 관심을 끌었다 조용해진 뉴스는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주장을 믿지 못하도록 한다. 지난 2월 3일 MBC가 “식약처, 중국산 닭꼬치에서 동물용 의약품 검출 무시”라고 보도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이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식약처가 제대로 검사를 안 했다”는 MBC의 주장이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닭꼬치’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산이라는 점이었다. 중국산 닭꼬치에 대한 식약처의 검사가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본추출 검사라는 점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자신들의 누명을 벗은 뒤에는 중국산 닭꼬치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다.

  • ▲ 란저우 시닝의 생닭 시장. 중국의 양계산업은 10년 전에 비해 많이 현대화 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비위생적인 면이 많다. ⓒ플릭커 화면 캡쳐
    ▲ 란저우 시닝의 생닭 시장. 중국의 양계산업은 10년 전에 비해 많이 현대화 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비위생적인 면이 많다. ⓒ플릭커 화면 캡쳐

    반면 해외 각국 반응은 한국과 전혀 다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최근 ‘H7N9’형 신종 조류독감이 홍콩 등에서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멕시코, 캐나다, EU 등에서는 ‘H7N9’형 신종 조류독감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산 닭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멕시코도 (중국산 닭 제품은 물론) 미국산 제품까지도 꺼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칸소, 미주리, 미네소타,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레곤에 있는 닭 가공 업체들의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고 전했다. 

    2009년 일명 ‘돼지독감’이라 불렸던 ‘H1N1’형 바이러스가 한국에서도 유행한 뒤 ‘물 자주 마시기, 손 깨끗이 씻기, 닭고기 확실하게 익혀 먹기’ 등 조류독감 예방수칙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H7N9’형 조류독감은 ‘생닭’과 같은 식재료 유통 과정에서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중국, 홍콩에서 ‘H7N9’형 바이러스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