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증세없는 복지' 논쟁에 집중… 나성린 "국민대타협 통해 증세할 타이밍"
  •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4일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4일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연말정산 환급금 사태'와 관련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현안보고에 출석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홍종학 의원과 진실 게임을 벌였다.

    지난 2013년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함께 통과시킴으로써 '연말정산 환급금 사태'와 관련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새정치연합은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4일 열린 기재위 현안보고에서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야당이 이 연말정산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 찬성했었느냐"고 대뜸 물었다.

    최경환 부총리가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자, 홍종학 의원은 "야당이 강력히 반대했던 것을 여당에 밀어붙이는 바람에 지금 문제가 됐다"고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홍종학 의원은 2013년 12월 29일 당시 기재위 전문위원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며 "야당은 철저히 근로자·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입장에 섰다"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야당이 찬성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최경환 부총리는 "여야가 심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타협해서 합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답변에 말문이 막힌 홍종학 의원은 '연말정산 사태'에서 최근의 담배세 인상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는 "(담배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했느냐"고 물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시한이었던 12월 2일에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서 통과된 담배세 인상 관련 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바로 본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한 사실은 없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처리된 바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국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며 이 점을 지적하자, 홍종학 의원은 한동안 고장난 녹음기처럼 "조세소위를 통과했느냐"고 4~5차례 되물었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는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에 따라서 처리됐고, 국회법에 반드시 조세소위를 통과해야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는 말은 없다"며 "(홍종학 의원도) 알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느냐"고 항변했다. 새누리당 기재위원들도 홍종학 의원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기재위 회의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에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최경환 부총리가 국민들 앞에 와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며 "(연말정산 환급금 사태 관련 세법 개정안은) 내가 법사위원장을 하던 시절에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가 와서 예산부수법안이라 주장하면서 상정을 강요했었던 것을 솔직히 답변해야 한다"고 나섰다.

    그러자 최경환 부총리는 "2013년 (연말정산 관련 세법 개정안) 상황을 말씀하시는 거냐? 그 때는 조세소위와 기재위를 정상적으로 통과해서 법사위로 간 사안"이라며 "방금 홍종학 의원이 말한 것은 2014년 (담배세 관련) 세법 개정을 말한 것"이라고 바로잡아줬다.

    머쓱해진 박영선 의원은 "2013년에도 (세법 개정안을) 내가 상정하지 않고 있으니,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가 밤 10시쯤 나를 원내대표실로 불러 굉장히 심하게 화를 냈다"며 "이것은 다수당의 강압에 의해서 상정됐던 것"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는 "당시 (원내대표실에서 박영선 법사위원장을) 만난 것은 외촉법(외국인투자 촉진법) 때문이었다"며 "전병헌 (당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도 몇 가지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기재위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또다시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았다.

    박영선·홍종학 의원의 이런 무리한 공세는 "(연말정산 환급금 사태를 야기한) 세법 개정안은 2013년 당시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것"이라는 최경환 부총리의 '여야정 공동책임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분석된다.

  • ▲ 4일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재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일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현안보고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재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편 새누리당 기재위원들은 이날 최경환 부총리의 현안보고에서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한 질의에 집중했다.

    나성린 의원은 "'증세 없는' 이라는 것은 소득세·법인세 등의 공식적인 인상이 없다는 것이지,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증세는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전혀 증세가 일절 없는 것처럼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는 "세수가 한 푼이라도 느는 것을 다 증세라고 하면 경제가 성장해서 세수가 확대되면 그것도 증세냐"며 비과세감면은 '증세'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나성린 의원은 이를 '박근혜식 증세'라 정의하면서 "손해 보는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비과세감면 축소는 쉽지 않고, 박근혜식 증세는 이제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대타협을 통해서 증세할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공식 증세' 제안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우선 복지에 대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복지'라는 똑같은 용어로 말하지만, 나 의원이 말하는 복지, 다른 사람이 말하는 복지, 여야가 말하는 복지가 다 틀리며"며 "복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우선돼야 그에 따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답변은 증세보다도 '복지' 개념에 대한 재정의와 재정립을 통해 복지 지출의 축소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있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복지지출 구조조정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는 이 '증세 없는 복지' 사안이 현재 여권 내에서 계파 갈등과 관련해 극도로 민감한 사안임을 인식한 듯 더 자세한 구상을 내놓는 것은 거부했다.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이 "사견임을 전제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둬서 더 많은 보편복지를 하는 안과 증세는 금하고 선별적으로 필요한 복지만을 하자는 안 중 부총리의 사견은 어떤가"라고 묻자, 최경환 부총리는 "그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사견이라는 전제로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박맹우 의원은 "보육·급식·의료 등이 사실상 무한복지·무상복지로 가고 있는데 이를 유지하면 (세수와 지출 사이에) 갭이 점점 많아질텐데 그것은 결국 빚으로 남고 후세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며 "증세를 해서 복지를 하자고는 하지만 경제도 살려야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당의 나성린 의원과는 달리, 증세가 아닌 역시 복지지출 구조조정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최경환 부총리도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따라서 일률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고 어느 정도 맞장구를 치며 '증세를 통한 보편복지 실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