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상하수도관 원인설에 따른 모형실험 진행 '의문'조원진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 책임론' 부상
  • ▲ 국회 환노위원들이 16일 국회본관 계단 앞에서 진행한 싱크홀 실험에서 모형 위에 놓여 있던 보도블럭이 일부 가라앉자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를 가리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환노위원들이 16일 국회본관 계단 앞에서 진행한 싱크홀 실험에서 모형 위에 놓여 있던 보도블럭이 일부 가라앉자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를 가리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16일 점심, 국회 본관 앞에서 싱크홀 모형실험을 진행했으나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모형실험은 싱크홀이 노후 상하수도관으로부터의 누수와 이에 따른 토사 유출로 급작스런 지반 침하가 발생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실험 현장에는 김영주 환노위원장과 한정애 의원 등 환노위원들은 물론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자리해 싱크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강금배 환경공단 상수도지원처장은 실험모형 설명을 통해 "노후 상하수도망이 매설돼 있는 지반에서 누수로 인해 토사가 흘러나오면서 지하에 공동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지반이 주저앉는 것이 싱크홀 현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언제 어떻게 지반이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싱크홀 불안이 있는 가운데, 환노위원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싱크홀 모형실험을 진행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노후 상하수도관이 1만8,000㎞나 뻗어 있는 만큼 위험성을 알리고 예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국회의원들도 노후 상하수도관을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예산 배정을 강조했다.

    김영주 환노위원장은 "(내 지역구인) 영등포의 경우 50년 이상된 노후 상하수도관이 전체의 53% 이상"이라며 "지자체 사무이지만, 지자체가 못하면 정부라도 상하수도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지방정부가 못하니 중앙정부라도 나서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 ▲ 국회 환노위원들이 16일 국회본관 계단 앞에서 진행한 싱크홀 실험에서 토사 유출이 너무 더디자, 관계자들이 배수구의 철망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환노위원들이 16일 국회본관 계단 앞에서 진행한 싱크홀 실험에서 토사 유출이 너무 더디자, 관계자들이 배수구의 철망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막상 실험모형에 급수를 시작했음에도 토사 유출의 속도는 언뜻 보기에도 너무 느려보였다.

    이석현 부의장이 "너무 (지반이) 튼튼해서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하자, 김영주 위원장은 "이래뵈도 금방 무너진다"고 자신했다. 이에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석현 부의장을 바라보며 "안 무너질까봐 걱정을 해?"라며 웃기도 했다.

    그러나 10분이 경과했음에도 지반이 서서히 침하하며 실험모형 위에 놓인 보도블럭들이 조금씩 흐트러질 뿐 기대했던 급속한 지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환노위원들도 초조해진듯 "왜 이렇게 모래를 딴딴하게 만들었느냐" "물(급수)을 중단시켜라" "망을 뜯어라"라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토사 유출을 빠르게 하기 위해 급기야 실험모형의 배수구 철망을 인위적으로 뜯어냈지만, 철망은 이중으로 되어 있었다. 이를 본 환노위원들은 "아예 무너지지 말라고 해놨구먼" "확 무너지는 거 아니었어요?" "확 무너져야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15분이 지나자 누가 보기에도 싱크홀을 연상케 하는 급속한 지반 침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에 이석현 부의장은 "벌써 보도블럭이 10㎝ 이상 침하됐다"며 '출구 전략'을 펼쳤다. 한정애 의원도 "(개별 블럭들이 각자 가라앉는) 보도블럭이 아니라, 시멘트·아스팔트였다면 확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조금씩 가라앉던 보도블럭을 손으로 꾹꾹 눌러 침하시키며 "불과 15분만에 손으로 눌러도 이렇게 가라앉았는데, 이 위에 사람이 서 있다면 어떻겠느냐"고 강조했다.

  • ▲ 싱크홀 모형실험의 결과, 침하된 보도블럭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김영주 환노위원장. 갑작스럽게 지반이 붕괴되며 지하의 거대한 공동이 드러나는 싱크홀 현상을 설명했다고 보기에는 의문을 남겼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싱크홀 모형실험의 결과, 침하된 보도블럭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김영주 환노위원장. 갑작스럽게 지반이 붕괴되며 지하의 거대한 공동이 드러나는 싱크홀 현상을 설명했다고 보기에는 의문을 남겼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이날 모형실험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도의 보도블럭 균열과 침하 현상을 설명해줬을는지는 몰라도, 이른바 서울 석촌동 싱크홀과 같은 갑작스런 지반 붕괴를 연출하는데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을 남겼다.

    석촌동 싱크홀과 관련해서는 그간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원인에 대해서도 △제2롯데월드 공사가 원인이라는 주장 △지하철 9호선 공사에서 이유를 찾는 주장 △석촌호수로부터의 누수에 탓을 돌리는 주장 △북한의 대남 침투용 땅굴이라는 주장까지 많은 견해가 제시됐었다.

    그러던 중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서울시가 석촌지하차도 공사와 관련해 수평그라우팅 공법으로 시공을 진행했다"며 "지반 침하를 우려한 시공사와 감리사는 수직그라우팅 공법을 건의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묵살한 것"이라고 폭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후 상하수도관이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싱크홀 방지 안전 예산'을 빙자해 노후 하수관로 정비 예산 56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14일 "엉뚱하게 싱크홀 원인으로 하수관로 탓을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