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때부터 자사고 폐지 작심...재평가 기준 일주일만에 '뚝딱'
  • ▲ 16일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국감에 출석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6일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국감에 출석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인수위 시절에 미리 결론을 내려놓은 채 짜맞추기 식으로 자사고 폐지를 몰아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교육청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자사고 폐지 정책을 강하게 질책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재평가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의 침대에 눕혀 침대의 길이가 모자라면 발목을 자르고, 침대의 길이가 남으면 몸을 잡아늘려 죽인 것으로 악명 높다. 조희연 교육감이 자신만의 독단적인 평가 잣대로 자사고를 평가해, 어떤 명분으로든 폐지하려 드는 것을 그리이스 신화에 등장하는 도적에 빗댄 것이다.

    신의진 의원은 "서울시 교육감직 인수위의 자료에 따르면 '일반고 살리기 추진 일정'에 자사고 종합평가 및 지정 취소라는 내용이 있어, 이미 인수위 때부터 자사고를 지정 취소할 작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를 재평가하기 위한 지표 개발 기간도 일주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의진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재평가 지표 개발 기간은 올해 8월 4일부터 11일까지였다.

  • ▲ 교문위 국감에서 질의하고 있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신의진 의원실 제공
    ▲ 교문위 국감에서 질의하고 있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신의진 의원실 제공

    이렇듯 애초부터 결과를 염두에 두고 짧은 기간만에 졸속으로 개발된 평가 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독단적인 것은 당연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자사고를 선택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와 "우수한 학생들과 공부하기 위해"가 60%를 넘는 응답이 나오면 0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신의진 의원은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들과 공부하며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자사고를 선택했다고 해서 나쁜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감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자신의 철학에 맞지 않는 것은 무조건 배제하는 정책을 펼치면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 ▲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같은 상임위의 이상일 의원(새누리당)도 "문제 있는 학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지정을 취소한다면 모르겠지만, 공정치 못하고 자의적인 평가 기준을 내세워 짜맞춘 듯 자사고를 폐지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거들었다.

    현재 서울 지역 자사고 26개교 중 경쟁률 2:1을 넘는 곳은 7곳 뿐이다. 이상일 의원은 "자사고 중 몇 개는 자연스레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폐지 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상일 의원의 이러한 질타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학교당 14억 원을 운영비로 지원하겠다며 유혹하고 있는데, 서울 관내에는 26개 자사고가 있는 만큼 이들 모두가 전환한다면 이에만 364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보이콧하는 등 재정 상황이 어렵다고 떠들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상일 의원도 "(자칭) 진보(좌파)교육감들이 자사고가 불평등과 학교 서열화를 초래한다고 하지만 전국 고교 중에 자사고는 3%에 불과하다"며 "65%가 넘는 일반고가 어려워진 것을 전부 자사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