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 사람들에 ‘4대강 탓’ 온라인 루머 전해주자 “정신 나간 소리 하지마소”
  • ▲ 지난 8월 25일 집중호우 이후 피해복구작업을 벌이는 군 장병들. 군은 2,5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긴급피해복구작업을 펼쳤다. 군 외에도 경찰, 공무원도 복구작업을 도왔다. [사진: 국방부 제공]
    ▲ 지난 8월 25일 집중호우 이후 피해복구작업을 벌이는 군 장병들. 군은 2,5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긴급피해복구작업을 펼쳤다. 군 외에도 경찰, 공무원도 복구작업을 도왔다. [사진: 국방부 제공]

    지난 8월 25일 부산 지역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 도심지역에 사는 이들 가운데 다수는 피해를 몸소 느끼기 어려웠다고 한다.
    피해지역이 금정구와 북구 일부와 기장군이서다.

    기장군 서쪽에 있는 금정구는 주택 침수 730채, 도로 및 교량 21곳 유실,
    낙동강과 백양산, 금정산 사이에 있는 북구는 주택 109채 침수, 도로-교량 107곳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곳은 도심 지역이어서 피해액이 기장군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었다. 

    기장군은 90년대 중반 부산으로 편입된, 부산 북동쪽에 있는 지자체다.
    농업 종사자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수해를 입은 적이 없는 지역이어서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주민들의 충격은 매우 큰 편이다.

    7일 기장군청 비상 상황실을 찾아 피해 현황과 현 상황에 대해 들었다.
    군청 관계자들은 응급 피해복구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출근한 상태였다.

  • ▲ 기장군청. 군청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인 7일에도 긴급복구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출근해 있었다. [사진: 뉴데일리]
    ▲ 기장군청. 군청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인 7일에도 긴급복구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출근해 있었다. [사진: 뉴데일리]

    기장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기장군 철마면, 장안읍, 정관 지역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저지대인 철마면 지역과 장안읍 지역이 가장 피해가 컸다고 한다.

    기장군청에 따르면,
    당시 오후 2~3시 철마면에는 한 시간에 125mm, 정관에는 113mm의 폭우가 내렸다.
    기장군 전체로는 187mm 이상이, 정관, 철마면에는 24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기장군청 관계자에게
    “혹시 4대강 때문에 집중호우 피해가 더 컸다는 이야기 들어봤느냐”고 물었다.
    그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무슨…. 여기서 낙동강까지 거리가 얼만데요.
    낙동강은 기장 쪽으로 안 내려오고 저기 양산시 서쪽으로 빠지잖아요?
    여기 사람들은 그런 말 신경도 안 씁니다.”


    군청 관계자는 “비구름이 금정산 등에 걸렸다고 하더라”는 말을 해줬다.

    “기상청 등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집중호우 때 비구름이 동쪽으로 넘어오다가 금정산, 철마산, 백운산, 백양산에 걸려서
    국지적인 집중호우를 뿌렸다고 들었다. 그게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장군청 측은 “4대강 때문에 수해났다”는 ‘헛소문’보다는
    주민들에게 한시바삐 ‘긴급 주택지원금’을 나눠주는 게 더 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재민이 된 가구에는 추석 명절이라도 보내라고, 급하게 복구하시라고
    긴급주택지원금을 드리고 있다.
    침수 가구는 100만 원, 반파 가구는 500만 원,
    주택이 완전 소실된 가구는 900~1,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이 긴급지원금을 못 받는 분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장군청도 지금까지 ‘수해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 보니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군청을 나와 피해 주민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장안읍 좌천마을로 향했다.

  • ▲ 집중호우 당시 엄청나게 불어났던 좌천천은 7일 현재 이런 상태였다. [사진: 뉴데일리]
    ▲ 집중호우 당시 엄청나게 불어났던 좌천천은 7일 현재 이런 상태였다. [사진: 뉴데일리]

    좌천마을은 집중호우가 내리자 평소에는 불어나는 일이 없던 좌천천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마을 건물 1층까지 물에 잠겼다고 한다.

    피해 주민은
    “마을 상류에 있는 ‘내덕 저수지’의 둑이 터지면서 그 물이 마을을 휩쓸었다”며
    오래된 저수지의 조사 및 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말도 마이소. 장안면 사무소랑 그 앞에 있는 건물 1층까지 다 잠겼다 아입니까.”


    그의 집 또한 모든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을 못 쓰게 됐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는데 피해보상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하소연 했다.

    좌천마을은 군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마을에 있는 장안면 사무소는 추석 연휴라서인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곳곳에는 물에 젖었던 쓰레기들을 정리한 마대자루들이 쌓여 있었다.
    이런 마대자루를 제외하면, 겉만 봐서는 수해를 입은 마을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 ▲ 집중호우 당시 내덕저수지 붕괴로 1층까지 물에 잠겼었다는 장안면 사무소. [사진: 뉴데일리]
    ▲ 집중호우 당시 내덕저수지 붕괴로 1층까지 물에 잠겼었다는 장안면 사무소. [사진: 뉴데일리]

    좌천마을 삼거리에 있는 편의점 직원에게 수해 당시 상황을 물었다.
    키가 162cm 가량인 직원은 자신의 목께 까지 손을 올리며
    “이만큼 다 물에 잠겼다”고 답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른 피해가 없어 보인다’고 묻자,
    “회사에서도 지원나오고,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복구했다”며 뿌듯해 했다.

    “열흘 동안 민·관·군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응급복구는 마무리한 상태”라는
    기장군청 관계자의 설명 그대로였다. 

    좌천마을 주민들에게도 ‘4대강 소문’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이 말을 듣자 헛웃음을 지었다.
    마을로 안내한 피해주민은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라”며 되려 핀잔을 줬다.
    집중호우 피해지역과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까지 거리가 얼만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 ▲ 좌천마을 삼거리. 지난 8월 25일에는 이곳이 모두 물에 잠겼었다고 한다. [사진: 뉴데일리]
    ▲ 좌천마을 삼거리. 지난 8월 25일에는 이곳이 모두 물에 잠겼었다고 한다. [사진: 뉴데일리]

    실제 집중호우 피해 지역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본 기장군은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21km 넘게 떨어져 있다.
    금정구, 북구 등의 경우에도 낙동강과 가깝다고 하지만
    ‘4대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부산 시민들’이라면 안다.

    기장군 피해주민들의 관심사는 그런 ‘루머’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방문 이후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그에 따른, 피해 농경지에 대한 보상 등이었다.

  • ▲ 8월 25일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장군 지역과 낙동강의 위성사진. 좌천마을 등에서 낙동강 동쪽까지의 거리는 21km를 넘는다. [사진: 네이버 지도 캡쳐]
    ▲ 8월 25일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장군 지역과 낙동강의 위성사진. 좌천마을 등에서 낙동강 동쪽까지의 거리는 21km를 넘는다. [사진: 네이버 지도 캡쳐]

    기장군청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838세대 1,56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군청의 국민체육센터에 수용돼 있었다.
    하지만 7일 현재 이재민은 12가구 25명. “임시거처가 없는 이재민 뿐”이라고 한다.
    나머지 826세대 1,537명은 친척집 등에 기거하기로 하고 모두 귀가했다고 한다.

    인명피해가 크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농지와 화훼단지 등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게 기장군청의 설명이었다.

    “일단 정부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니까, 피해를 집계해 보고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군청에서 보고 있는 피해복구 및 보상비, 무너진 저수지 보강과
    집중호우 방재시스템 등에 들어갈 총 예산은 5,0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게 겨울이 오기 전에 국고에서 빨리 지원돼야 한다.”


    7일 만난 기장군청 관계자, 지역 피해주민들 모두
    ‘특별재난구역 지정’이 되어, 관련 예산이 하루 속히 집행되기만을 기다릴 뿐
    "4대강 때문에 집중호우 피해가 생겼다"는 '루머'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