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비판에 메르켈 아무 말도…미국에 공동대응하자는 의견만
  •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독일과 상반된 역사 인식을 가진 일본이지만, 이를 외교적으로 이용하려는 중국의 의도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최근 이뤄진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서 '대북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없이 끌려 다녔다는 평가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 ▲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자료사진
    ▲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자료사진


    지난 7일부터 2박 3일간 중국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

    시진핑 주석은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 77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일본 비판에 열을 올렸다.

    루거우차오 사건은 1937년 7월 베이징 루거우차오 부근에서 일본군 한 병사가 실종된 것을 빌미로 일본이 중국 침략을 본격화한 사건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누구도 역사와 사실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려 한다면 중국인민은 몰론 다른 나라 인민들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메르켈 총리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루거우차오 행사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연설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독일 방문에서 메르켈 총리와 한독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자료사진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독일 방문에서 메르켈 총리와 한독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자료사진



    리커창 총리도 공동기자회견에서 "역사의 교휸을 깊이 새겨야만 비로소 미래를 열고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메르켈 총리를 자극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 대한 사과를 계속 이어가는 독일과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 일본을 비교해 메르켈의 지지를 얻겠다는 속내였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의혹과 이중 스파이 파문이 불거진 미국에 대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해, 독일과 중국이 미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는 데 대한 양국간 협력을 강조한 셈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친중 정책의 목표인 북핵 저지를 끝내 공식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만 남긴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와는 다른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