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6일 사고 직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지난 16일 사고 직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모습. [사진: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고급 아파트 <아이파크>에
    헬기 한 대가 부딪혀 추락했다.

    추락한 헬기는
    <LG그룹> 소속으로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16일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에서 이륙 허가를 받고 출발한 뒤
    잠실고수부지 헬기장에서
    [LG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륙 8분 뒤인 오전 8시54분,
    삼성동 <아이파크> 102동
    21층부터 27층까지에 부딪힌 다음
    그대로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인규(57, 수석조종사)> 기장과
    <고종진(36, 선임조종사)> 부기장이 숨졌고,
    <아이파크> 주택 여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사고 직후 언론들은
    사고원인을
    중국으로부터 몰려온 스모그와
    한강에서 피어난 안개 때문에
    시계(視界)가 나빠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사고 원인이
    [LG그룹이 한 국회의원을 태우기 위해
    <아이파크> 옥상 헬기장에 착륙하려다 추락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후 <LG그룹>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믿지 않았다.

    정부는
    사고헬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한 뒤
    정밀조사 중이라며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고헬기는
    [하늘의 리무진] 시콜스키 S-76C++

  • ▲ 사고가 난 LG그룹 소속 헬기 HL9294. 美시콜스키社의 S-76C++ 기종이다.
    ▲ 사고가 난 LG그룹 소속 헬기 HL9294. 美시콜스키社의 S-76C++ 기종이다.

    사고가 난 헬기는
    美시콜스키社가 제조한 <S-76C++>.
    원래 14명이 탈 수 있는 헬기 내부를
    VIP를 위해 6인승으로 개조한 모델이다.

    <S-76> 헬기의 기본 제원은
    길이 16m,
    로터(비행용 프로펠러) 너비 13.41m,
    높이 4.42m,
    최대 이륙중량 5.3톤으로
    항속거리는 600km,
    최고 속도는 287km/h다.
    이를 보다 개량한 것이
    <LG그룹>이 2006년 구입한
    <S-76C++> 모델이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필요할 때면
    헬기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때문인지 <S-76C++> 헬기에는
    GPS, INS(관성항법장치), EGPWS와 같은
    최첨단 항법장치도 대부분 장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눈 여겨 볼 것이
    바로 <EGPWS(지상접근경보장치)>다.

    <EGPWS>는
    GPS에다 3차원 전자지도를 내장해
    항공기의 현재 위치와 고도,
    주변 지형정보를 매초마다 업데이트해 보여준다.
    이와 함께 지상에 근접하거나 충돌 위험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경고해준다.

    그렇다면 <LG그룹>의 사고헬기는
    비행 중 <EGPWS>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여기서 추가로 생각해야 할 것이
    사고 장면을 목격한 <아이파크> 주민의 이야기다.
    목격자에 따르면
    <LG그룹>의 헬기는
    아파트에 부딪히기 전
    이미 꼬리 부분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군용기․공공기관 헬기와 달리
    통제 안 받는 민간 헬기


    서울 지역의
    헬기비행 관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지방항공청 사고수습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등에 문의했다.
    관계부처의 설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과는 달랐다.

  • ▲ 사고가 난 LG그룹 헬기의 예상 비행경로. [그래픽: 연합뉴스]
    ▲ 사고가 난 LG그룹 헬기의 예상 비행경로. [그래픽: 연합뉴스]

    서울은
    과거 상공 전체가 비행금지구역이었지만,
    현재는 청와대 반경 8km(강북 일대)만
    비행금지구역이라고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민간항공기들은
    한강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또한 사고가 난 <LG그룹>의 헬기는
    김포공항에서 이륙했지만,
    김포공항의 관제범위는 8km,
    고도 약 1,000m(3,000ft)로
    사고가 난 지점은
    관제를 할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항공기에 비해
    낮은 고도를 나는 민간 헬기들은
    만일에 있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심지역이 아닌
    한강을 따라 비행하는 게 대부분이며,
    서울 시내에서는
    관제소의 지시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시계(視界)비행]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항공사고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했다.
    헬기도 소방헬기 출동지령 등에 대해서만 다룬다고 했다.

    헬기사고와 관련한 부서들을 만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군용헬기나 소방방재청, 산림청 헬기들은
    서울 도심을 비행할 때
    한강과 그 지류를 따라 이동하지만,
    민간헬기들은 잠실고수부지에서 뜨고 내릴 때
    유독 삼성동 무역센터와 코엑스 상공을
    한 바퀴 선회해서 날아간다는 것이었다.

    군용 헬기나 관용 헬기들의 경우와 달리
    민간 헬기들을 통제할 수 있는 법규도 없다고 한다.

    지방항공청에 비행신고만 하면
    최저비행고도나 비행경로 규제 없이
    자유롭게 비행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이착륙 시 통제 문제였다.
    군용헬기나 관용헬기는
    잠실고수부지에서 뜨고 내릴 때
    통제인원을 배치하지만,
    민간헬기들은
    통제인원을 전혀 배치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사고를 수습한 부서에서는
    <LG그룹>의 사고헬기가
    <아이파크> 아파트에
    [정면]으로 부딪힌 게 아니라
    마치 아파트를 피하려 시도하려 했던 것처럼
    [로터]가 모두 부러진 상태로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폭발]이나
    기타 2차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순 사고]라는 <LG그룹>,
    조종사 닦달해 비행했나? 


    다른 [제보]도 접할 수 있었다.
    사고 직전
    헬기 기장과 <LG그룹> 고위 관계자 사이에
    전화통화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제보]에 따르면,
    처음 김포공항에서 이륙할 때는
    비행이 가능한 수준의 [시계]였으나,
    강남 지역에 이르자
    도저히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는데,
    <LG그룹> 고위층이
    기장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빨리 VIP를 모시러 가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 <LG그룹> 고위층의 [종용]에
    VIP가 사는
    삼성동 인근의
    한 고층 아파트 옥상 헬기장에 착륙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 ▲ LG그룹 헬기의 아이파크 충돌사고 이후 나온 사고원인 예상도. [그래픽: 연합뉴스]
    ▲ LG그룹 헬기의 아이파크 충돌사고 이후 나온 사고원인 예상도. [그래픽: 연합뉴스]

    [제보] 가운데
    [삼성동 인근의 고층 아파트] 여부는
    헬기장을 관리감독하는 소방서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
    반면 [휴대전화 연락]은 그럴싸해 보였다.

    실제 군용 헬기를 탑승했을 때
    고도 2,000ft 이하에서는
    휴대전화의 수신전파가 잡히는 경우를 경험했기에
    거짓말로 치부하기는 어려웠다.

    여기다 사고현장의 유류품을 수습한
    강남경찰서에서
    지난 19일, 사고헬기 기장과 <LG그룹> 관계자 간의
    통화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는 소식은
    이 [제보]의 신빙성을 높여줬다.

    이 [제보]가 사실일 경우,
    [주의력 분산]을 이유로
    자동차 운전 중에도 금지하는
    [휴대전화 통화]를
    <LG그룹> 고위층이
    헬기 조종 중에 강요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 나도는
    <김을동> 의원, <구본준> 부회장 설, 사실은?


    인터넷에서는
    <LG그룹>이
    [전주 칠러 사업장 방문 목적이었다]고
    해명한 것과는 달리
    사고헬기가
    <김을동> 의원과 <구본준> LG 부회장을
    <아이파크> 옥상에서 태워
    전북 익산시에서 열리는
    여자야구대회 결승전에 참석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15일 <뉴스1>이 보도한 기사는
    이런 소문 가운데 [일부]의 근거로 나돌고 있다.

    “전북 익산시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16일 오후 1시 [2013 한국여자야구 챔프]를
    가리는 결승전이 펼쳐진다.
    …(중략)…
    이 자리에는 <이종석> 익산시 부시장,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안승권> CTO,
    <김을동>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
    <허구연> 위원장 등이 결승전 경기를 관전한다.
    …(하략).”


    이에 <LG그룹> 측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사고헬기의) 목적지가
    <아이파크> 옥상 착륙장이었다는
    루머는 사실무근이다.

    헬기는 규정상 착륙장소에 대해
    서울지방항공청의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한다.

    <LG전자>는
    <아이파크> 옥상 헬기 착륙장에 대한
    (착륙)인가가 없어,
    자사 헬기를 <아이파크> 옥상에 착륙시킬 수 없다.
    실제로도 자사 헬기가
    삼성동 <아이파크> 옥상에 착륙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헬기는 김포공항을 떠나
    잠실을 경유해
    LG전자 전주사업장에 착륙할 계획이었다.
    관련 당국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이착륙 계획을 신고했다.”


    <LG그룹>의 이 같은 [해명]에도
    소문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현재 서울지방항공청과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들은
    사고헬기의 [블랙박스] 등
    비행기록장치를 수거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헬기 유류품을 수거한 강남경찰서 또한
    자료들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도 네티즌들이
    <LG그룹>의 해명을 믿지 않고,
    관계당국 조사를 기다리지 않고
    [루머]를 퍼뜨리는 이유는
    [디자인 도용], [정치권과의 관계] 등
    <LG그룹>을 둘러싼
    다양한 [루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