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얽힌, 알려지지 않은 제작 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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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남자>, <각시탈>, <제빵왕 김탁구>, <넝쿨당> 꽤 익숙한 드라마 아닌가?

    그렇다. 소위, 히트를 쳤다는 <KBS>의 간판 드라마들이다. 

    그런 드라마들에 얽힌, 알려지지 않는 제작 현장 이야기.

    시청자들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듣고 싶은 이야기들일 것이다.

    지금 그 갈증을 채워 줄 책이 출판됐다.

    그것도 그 드라마들이 방영될 때, <KBS>의 사장이었던 김인규가 직접 저술한 책이 말이다.

     

    드라마에 얽힌 알려지지 않는, 제작 현장 이야기

     

    <드라마스캔들>은 지난 해 11월 <KBS> 사장 임기를 마친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말 하고 있는 책이다.

    드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
    그리고 드라마를 놓고 [방송 최고 책임자]로서 느꼈던 고민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 중 하나가 <제빵왕 김탁구>에요.
    드라마가 가장 기업이미지를 훼손한다며
    S그룹에서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하겠다고 나섰어요.
    방송이 나가지 못할 뻔했지만 직접 책임지겠다고 총대를 맸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방송 직전 S그룹 인사를 만나
    드라마 초반부가 나간 뒤 다시 얘기를 하자고 했죠.
    제작진이 잘 해준 덕분에 나중에는 오히려 S그룹에서 고맙다며
    협찬금 5억원도 선뜻 내놨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드라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탁구 사건]은 이 책을 낸  결정적 배경이기도 하다.

    평소 [확실한 공영방송]을 외쳐온 김 이사장은
    보도, 시사, 다큐 프로그램이 방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드라마에는 관심도 없었을 뿐 아니라,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그가
    공영방송의 [경영책임자]가 되자, 오히려 뉴스보다는 드라마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낯설기만 했던 드라마 세계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드라마 [옹호론자],
    내지는 [예찬론자]로 변신,
    드라마 제작 현장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최초로 방송사 사장과 드라마에 얽힌 사연을 담은 책

    

    드라마 <각시탈> 20회에서는
    일본이 젊은 여성들을 간호부로 속여
    위안부로 징집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일본 제국경찰에 속아 가정부의 어린 손녀 순이가
    위안부로 팔려가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분노와 아픔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각시탈>을 보면서
    "일제시대에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냐"고 질문하는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서
    "드라마 제작의 보람을 느꼈다"는
    김 이사장의 속내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만세! 각시탈 만세!"

    나도 함께 만세삼창을 외쳤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제작진의 마음이 나와 같았구나!"

    <각시탈>을 본 어느 누구라도 가슴속에 맺혔던
    드라마의 여운과 울림을 이렇게 만세삼창으로 외치고 싶었으리라.  

        - 본문 중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그 역시,
    [KBS의 사장]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한명의 시청자로서,
    애국시민으로서의 김인규였을 뿐이었다.

    또한 이 책에는 드라마 [종방연]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함으로써
    김 이사장의 뜨거운 애국심도 확인해 볼 수 있다.

    8월 11일 새벽,
    한국이 2대 0으로 일본을 이기고
    전 국민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순간,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나는 순간 얼음처럼 굳어졌다.

    [내가 만약 각시탈을 보냈다면
    저 선수 얼굴에 각시탈이 씌워졌을 테고
    나중에 외교적 문제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아, 자제하기를 잘했구나.]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박종우 선수의 세리머니가 문제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 본문 중에서


    일화를 좀 더 부연하자면 이렇다. 

    <각시탈>의 작품성에 대한 예감이 좋았던 김 이시장은
    제작발표회 당시 아이디어를 하나 제작진에게 냈었다.

    각시탈이 쓰는 가면을 제작해 배포한다면,
    드라마의 인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개그콘서트>,<뮤직뱅크> 방청객 배포 및 외빈 기념품으로
    5천개 이상의 가면을 제작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김 이사장은 이런 반응에 힘입어 런던올림픽 한일 축구 경기전에서
    한국측 응원단이 <각시탈>을 쓰고 응원한다면,
    이 광경이 전세계에 중계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과유불급의 교훈을 남긴 해프닝으로 끝난 에피소드이지만,
    시청자로서는 알 수 없었던 <KBS 사장>만의 아찔한 스토리이다.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이제 와서는 얘기할 수 있는 드라마와 관련된 해프닝들 까지.

    김 이사장이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드라마스캔들].

    그가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사장으로서
    고민하고 땀흘렸던 흔적들을 확인 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