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38일만에 사퇴, "원활한 국정 운영 위해.." 진짜 이유는?
  • 미군이 평가한 아시아 최고의 전략가.
    박근혜 정부의 안보 최고 수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새 정부 들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에 이어 6번째 낙마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앞서 ‘행정’, ‘정무’ 인사들에 대한 인선 실패와는 격이 다른 충격이다.

    한미동맹 강화론을 시작으로 한미 연합사 해체 불가론을 펼치는 김 후보자가 종북 숙청에 선봉장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수정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 ▲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 연합뉴스
    ▲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22일 오전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공식 사퇴 의견을 발표했다.

    “국방부 후보자로서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는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 시간부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당면한 안보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우리 국방이 더욱 튼튼해지기를 소망한다.”


    국방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지 38일 만이다.

    그동안 다른 장관 후보자에 비해 유난히 강했던 공세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였던 김 후보자였다.
    최근까지 국방장관직을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그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권 일부까지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 꿋꿋했던 김병관…갑자기 왜?

     
    문제는 언론이었다.

    그동안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기사를 쏟아낸 대부분의 언론들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20~30가지가 넘는다며 대서 특필해왔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 중 김 후보자를 실제로 압박한 의혹은 크게 2가지.

    2010~2012년 무기업체 유비엠택 고문을 맡아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주장과 해외자원 개발 업체인 KMDC 주식 보유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KMDC는 현재 주식가치가 ‘0’에 가까운 것으로 김 후보자 측에서는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회사가 이명박 정부 실세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KMDC 주식보유 사실을 처음 보도한 문화일보 등 다수의 언론은 20일과 21일 “야권은 물론 여권 일부까지 김 후보자의 사퇴를 바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면서 사퇴를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언론의 공세에도 김 후보자는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 ▲ 안개에 싸여 있는 청와대 ⓒ 연합뉴스
    ▲ 안개에 싸여 있는 청와대 ⓒ 연합뉴스

     

    ◆ 결정타는 비겁한 청와대 참모들


    갖은 의혹과 사퇴 강요 여론이 쏟아졌지만, 김 후보자는 여전히 꿋꿋했다.
    21일까지만 해도 국방부는 김 후보자의 사퇴 기류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고 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이 나서기 시작하면서였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시작이었다.
    법 집행을 책임지는 법무부 최고위 직책이 연루된 ‘성상납 스캔들’.
    그동안 불거진 여타 문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히 해당 의혹에 대해 인사 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라인의 ‘보고 누락’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원칙과 정직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성격대로 본다면 이 일로 민정-인사 라인 전원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기 시작했다.

    만약 김병관 후보자가 계속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야당의 공세에 의해 성접대 스캔들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 청와대 참모들이 김 후보자의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청와대 수석급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김학의 차관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뒤 여러 차례 거친 회의에서 ‘자진 사퇴를 종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관계자들이 전하는 말이다.

    사실상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대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드러나자, 청와대 민정라인은 비겁하게 ‘제 살 길 찾기 바빴다’는 얘기다.

    하지만 22일 오전 청와대는 ‘대체 누가 김 후보자에 대한 사퇴를 주장했는가’라는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뉴데일리>와 통화한 몇몇 핵심관계자들도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자료사진
    ▲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자료사진

     

    ◆ 끝내 잡지 못한 朴 대통령

    그동안 김병관 후보자에 대한 사퇴 종용론은 청와대 안팎에서도 솔솔 나오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박 대통령의 뜻에 참모들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는 등 안보위기의 급박한 상황에서 김 내정자의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학의 사태를 겪으면서 참모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섹스 스캔들’에 어떻게든 여론을 진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박 대통령을 설득하는 용기를 가져다 준 셈이다.

    주장을 굽히지 않던 박 대통령도 한 목소리로 사퇴를 주장하는 참모들의 요구에,
    결국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자 같은 사람이 박 대통령과 교감없이 그냥 그만뒀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는 질문에
    “그점에는 할말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