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밝은방,8cmx10cm, mixed media,2012 ⓒ 이명진
    ▲ 밝은방,8cmx10cm, mixed media,2012 ⓒ 이명진

    ‘밝음과 어둠’, ‘선함과 악함’, ‘삶과 죽음’ 등과 같이 양극의 충돌에서 생겨난 심리적 공간 또는, 경계에 대한 관심을 회화와 설치작업으로 표현해 온 작가 이명진의 개인전 ‘밝은 방’이 오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린다. 

  • ▲ 밝은 방(부분), 70cmx200cm(6pieces), printed on acrylic pannel, 2012 ⓒ 이명진
    ▲ 밝은 방(부분), 70cmx200cm(6pieces), printed on acrylic pannel, 2012 ⓒ 이명진



    ‘밝은 방’은 20세기 중엽 프랑스의 평론가인 롤랑 바르트의 책 제목이자 사진기술이 나오기 전 거울 또는 현미경을 이용하여 물체의 상을 일시적으로 종이나 화판 위에 비추어 윤곽선을 그리는데 사용하였던 장치의 이름이다.

    이 작가는 어두운 상자 안에 작은 구멍을 뚫어 외부의 빛을 받아드려 대상을 데려오는 카메라의 구조에서 현재와 과거 사이에 벌어진 틈새로 존재하는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떠올렸으며 어떠한 것에도 속하지 않는 그 경계를 ‘빈 공간’과 ‘ 구멍 난 곳’으로 표현했다.

    지금의 작가와 같은 나이의 엄마의 모습, 파고다 공원 벤치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길가에 앉아 강아지와 쉬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등이 담긴 옛 사진 속에서 공간 뿐 아니라 순간순간의 ‘삶의 틈’을 보았고 고통 속에서도 지속되는 우리의 삶의 틈 어딘가에 있을 ‘밝은 방’을 작품 속에서 찾아가고 있다.


    - 작가노트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사진들을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간혹 현실의  틈에 존재하는 도 하나의 ‘방’처럼 느껴지는 사진들이 잇는데 사진 속 사람, 공간 상황들을 떠올리다보면 비현실처럼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카메라는 라틴어로 방이라는 뜻이다.

    어두운 상자 안에 구멍을 뚫어 외부의 빛을 받아드려 대상을 데려 올 수 있다는 사실은 사진 찍는 법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나에겐 정말로 놀랍고 마술 같은 일이다. 그래서 사진 속 공간이 ‘방’으로 인식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사진은 현재와 과거 사이에 벌어진 틈에 존재하고 있는 ‘빈 공간’과도 같다. 그것은 어두운 방의 구석에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온전히 받은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