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s. 安의 ‘다운 계약서’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여러 곳에서 들은 이야기다.

    40대 일부가 안철수를 “때 묻지 않은 사람”으로 알고 호감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 번 알아보지도, 살펴보지도, 검증해보지도 않은 그를 단순히 정치 신인이라는 이유로 ‘때 묻지 않은 사람’이라니, 그 직관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당장 그 부인은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시인했고, 안철수는 4. 11 총선 직전에 문재인과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여기서 그러나 안철수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니다.

    이른바 ‘젊은 층’이라는 사람들의 ‘얄팍한, 너무나 얄팍한 단정(斷定)’ 버릇에 경멸을 표하려는 것이다.

    만약 문제인이나 박근혜 측근이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그들 ‘젊은 층’은 뭐라고 했을까?

    “역시...” 하며 퉤 하고 침을 뱉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부인이 그랬다는 것을 안 지금 그들은 과연 뭐라고 하고 있을까?

    아마 “그래도 나는 역시...”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왜? 자신들의 처음의 판단을 뒤집기 싫으니까.

    그들이 신인(新人)이면 무조건 “때 묻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까닭은 뭘까?

    그들이 연예계 새 스타를 보고 열광하는 것과 똑같은 것에 불과하다.

    그들은 무엇을 깊이, 심각하게 탐사해(探査)해보고, 분석해 보고, 따져보고, 검증해보고... 하는 부류가 아니다. 그냥 오랜 캐릭터는 제치고 싶고 새 캐릭터에겐 “와우!” “야~!” 하고 환호해 주고 싶을 뿐이다. 물린 메뉴를 툇자놓기 위해 “나는 새 메뉴요” 하는 쪽을 의도적으로 띠워주는 것뿐이다.

    이게 오늘의 유권자, 특히 젊다는 유권자들의 사는 법이다.

    이게 오늘의 우리 민주주의의 실상이다.

    성찰적 지성(知性)이 주도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야외무대 아래서 기성(奇聲)을 지르며 몸을 흔드는 젊은 관객들이 판치는 민주주의다.

    적잖은 어른 층이 그들의 이런 행태를 걱정하고 개탄한다.

    그러나 필자는 다르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다.

    어차피 내가 살 세상은 아닌 터,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그건 저희들이 살 세상 아닌가?

    그걸 왜 내가 걱정해주나?

    이건 물론 공인으로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위악적으로 메다꽂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 말도, 선생 말도, 선배 말도, 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상대방이라면 “네 마음대로 하세요”라 할밖에 달리 또 무슨 수가 있나?

    이렇게 말하는 필자와 그 측근은 주변머리가 없어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본 적이 없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